◇‘플 제1금융권적금 랜트 노동자’ 80% 증발…무선지구 상권 몰락 여수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가 지역 상권을 덮쳤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과 가까운 무선지구는 냉기가 돌았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겨도 상가 창문 곳곳에는 ‘임대문의’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가라앉은 동네 분위기 속에 파키스탄에서 여행 온 20대 남성 2명만이 경쾌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별내신도시 . 여수가 처한 현실을 모르는 이들은 “거리가 넓고 깨끗해서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무선지구는 700개가 넘는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이 모인 지역이다. 2000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들과 원룸촌, 모텔 등이 많아 여수산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산와머니 콩팥 불 꺼진 가게가 많고, 영업 중인 곳에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았다. 한 식당 주인은 “주로 남자들이 여수산단으로 출퇴근하니까 밤에 술을 마시고 거리에서 담배도 피워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며 “지금은 유흥업소까지 손님이 없다고 한다. 취해서 싸우는 손님들이 그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무선지구의 몰락은 플랜트 퍼스트론 건설 노동자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플랜트 건설 노동자 수는 월평균 1만명에 달했으나 올해 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석유화학 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위기를 겪자 플랜트 공사도 중단한 결과다.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여수산단 플랜트 신·증설, 정기보수 등 발주 금액은 4747억원 대구파산면책 으로 지난해(2조2012억원)에 비해 약 80% 줄었다.
여수시 여서동에 한 거리. 저녁시간인데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20년 넘게 상인이 끊이지 않던 건물에도 이제는 ‘임대 문의’가 걸렸다./여수=홍인석
◇관광객에 외면받은 여수…학동·여서동 등 주요 번화가도 내리막 무선지구만의 문제도 아니다. 번화가로 꼽혔던 여수 학동과 여서동 인근도 위태로운 석유화학 산업과 함께 관광객 감소가 겹치면서 상권 침체가 가속하고 있다. 무선지구와 달리 낮에는 이동하는 차량과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밤에는 한산함을 넘어 을씨년스러운 적막함이 감돌았다. 풍부한 유동 인구 덕에 20년 넘게 가게가 들어섰던 상가도 최근 ‘임대문의’ 안내문을 붙였다. 여수시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매년 1300만명 이상이 여수를 방문했지만 2023년 100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줄었다. 2023년 730곳, 지난해 687곳이 폐업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430곳가량이 ‘영업 종료’를 선언했다. 여수에서 신도심으로 평가받는 웅천동을 제외하면 모두 가라앉고 있는 셈이다. 여수에서 평생 살아온 택시기사 김모(60)씨는 “2년 전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졌다”며 “택시도 부르면 바로 오지 않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관광객이 줄자 숙박업도 타격을 입었다. 여수 돌산은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펜션이 많은 곳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가 많도록 펜션을 지은 사람들은 관광객 감소로 대출 상환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통상 사업자들은 자기자본 30%, 대출 70%로 펜션을 짓고 인기를 끌면 이를 다른 사업자에게 넘겨 대출금을 갚고 목돈을 남겼다. 하지만 관광객 수에 비해 펜션이 많아지자 일부 펜션 주인들은 대출 상환만 걱정하고 있다. 여수 제2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연체율이 1~2%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7%까지 치솟았다”며 “중소·중견기업 직원들의 상환 능력이 점차 떨어진 데다, 펜션 사업으로 사고가 난 결과”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수상의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산업이라도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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