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3.0’ 로고(왼쪽)와 오픈AI의 최신 LLM ‘GPT-5.2’ 로고. 구글 블로그 캡처·GETTYIMAGES



11월 구글이 새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3.0'을 발표하자 사용자 사이에서는 "챗GPT보다 성능이 좋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12월 오픈AI가 'GPT-5.2'를 출시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GPT-5.2는 제미나이 3.0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고급 추론, 논리 기반 문제해결 영역에서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 당연히 구글은 앞으로 '제미나이 골드몽 3.1'을 출시해 맞불을 놓을 것이다.

성능 좋은 인공지능(AI) 모델이 나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다른 모델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AI 시장에서 더는 '성능 경쟁'이 핵심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제미나이와 챗GPT는 사용자를 만족하게 할 만큼 상향평준화된 성능을 갖춰 특정 성능 지표를 기준으로는 우 릴게임손오공 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AI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를 도울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구글과 오픈AI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취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제미나이는 '밖으로', 챗GPT는 '안으로' 향하고 있다.

성능 지표로 AI 우열 가리 바다이야기하는법 기 무의미구글은 자사가 보유한 거대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제미나이가 사용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메일, 유튜브, 구글 캘린더, 구글 슬라이드, 구글 독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크롬 브라우저로 이어지는 초거대 플랫폼에 제미나이가 통합되는 게 핵심이다.

사용자는 구글 슬라이드 안에서 제미나이를 야마토연타 활용해 이미지를 만들고 다이어그램을 삽입한다. 구글 독스는 제미나이를 활용한 자료 요약과 문장 생성 기능을 제공한다. 크롬 브라우저에 적용된 제미나이는 사용자가 열람하는 모든 페이지의 맥락을 학습해 적절한 제안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에서는 '제미나이 Nano' 같은 경량 LMM(Large Multimodal Model·대형 멀티모달 모델)이 동작한다. 사용자 야마토통기계 가 제미나이를 찾아가지 않아도 원래 사용하던 모든 곳에서 제미나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미나이 확산 전략은 구글이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술적으로는 제미나이의 멀티모달 맥락 처리 능력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서비스 경험 전체를 점유해가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제미나이의 진짜 힘은 모델의 뛰어난 스펙이나 벤치마크 수치가 아니라, 구글 생태계의 모든 서비스에 스며드는 방식 그 자체에 있다.
오픈AI는 구글과 같은 전략을 쓰기가 어렵다. 구글처럼 운영체제나 브라우저, 인터넷 서비스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챗GPT라는 단일하고 강력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묶어두는 전략을 선택했다. 로크인 효과(lock-in)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챗GPT는 지난 2년간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사용자 개인의 성향과 업무 처리 방식, 장단점, 사고방식 등을 학습해 아주 강력한 개인화를 이뤄냈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다른 AI 모델로 쉽게 이동할 수 없게 만든다. 오랜 기간 챗GPT와 대화로 축적돼온 기록이 형성한 '맥락의 깊이'는 아무리 똑똑한 AI 모델이 새로 등장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에 따라 적합한 AI 선택해야오픈AI는 최근 '앱스 인 챗GPT(Apps in ChatGPT)' 기능을 도입하며 사용자 이탈률을 더 줄이려 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질로우 등 외부 서비스를 챗GPT 안으로 끌고 들어와 챗GPT 내부에서 음악을 재생하고, 문서를 열고, 검색하고, 발표 자료를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외부 서비스를 직접 실행할 필요가 없다 보니 챗GPT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챗GPT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모든 인터넷 서비스로 통하는 관문이자 일종의 범용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글과 오픈AI의 전략은 전혀 다른 철학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구글은 사용자의 디지털 행동반경 전체에 제미나이를 펼쳐놓고, 오픈AI는 사용자를 챗GPT 안으로 끌어들인다. 전자는 '어디에 있든 이미 준비된 AI'를, 후자는 '나에게 오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AI'를 지향한다. 또 구글은 분산적으로 주변부까지 뻗어나간다는 특징이, 오픈AI는 챗GPT를 중심으로 여러 서비스가 모이는 특징이 있다. 기업들은 각자의 업무 환경에 따라 어떤 특징과 철학을 가진 AI 모델을 도입하는 게 좋을지 판단해야 한다.
AI 기업들이 연일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학 문제, 추론 문제 등에서 무엇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두고 다툰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성능 경쟁이 아니다. 각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의 사용 경험에 스며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AI를 바라보는 시선을 '성능'에서 '생태계'로 옮겨야 한다.?

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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