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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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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피고는 피고 등이 기도한 독립운동을 하면 어떤 방법으로 독립을 얻을 수 있고, 또 언제쯤에 독립이 된다고 생각했는가.
<답> 청원서 등을 내면 각국 대표자나 일본에서도 독립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꼭 독립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금년에 안되면 내년에, 내년에 안되면 후명년에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위의 글은 3·1운동 민족대표로 서명한 홍병기의 '신문조서'의 일부이다. 홍병기는 1910년 10월 28일 일제에 강점당한 이후 고통황금성나비
을 받고 있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당시 나이는 51세였다. 그는 독립을 선언하면 일본이 독립을 시켜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오히려 출판법 위반으로 3년의 철창 생활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는 3.1운동을 독립이 되지 않으면 다음해, 그 다음해도 독립선언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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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의 삶은 변혁적, 진보적 일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동학에 입도해 반봉건 반외세의 동학농민혁명, 근대문명을 수용하는 갑진개화운동, 3·1운동, 무장항일 투쟁을 위한 고려혁명당운동 등 변혁의 시기마다 진보적 투쟁으로 이어지는 노정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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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의 3.1운동 직후 서대문형무소에서의 모습. 사진=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여주서 태어나 동학 입도, 동학농민혁명을 이끌다홍병기(洪秉箕)는 1869년 12월 10일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이포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남양, 자는 우회(運晦), 도호는 인암(仁菴)이다. 그바닥주
의 아버지 홍익룡(洪益龍)은 참봉을을 역임한 양반층이었지만, 홍병기는 적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어려서 한학을 배웠으며, 무예도 닦았다. 19세가 되는 1887년 무과에 급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리학 이데올로기의 조선시대에서 서자의 신분 상승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고위직으로 진출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사회적 불만은 그가 동학에부산주공 주식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동학은 신분과 적서의 차별 철폐를 강력하게 주창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의암 손병희와 백범 김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홍병기는 24세가 되는 1892년 동학에 입도했다. 입도한 이후에는 자신의 지역 기반인 여주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포교활동을 적극 전개했고, 그 결과 여주를 대표하는 접주로 성장했다. 1893년 3월 충북 보은 장내리에서 전개한 척왜양창의운동에 참여했고, 이듬해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되자 여주에서 기포했다.
1894년 10월 홍병기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동학농민군을 이끌고 해월 최시형이 총기포령을 내린 청산 문바위골로 향했다. 그는 먼저 손병희 도소가 위치한 충주군 황산에 도착해 손병희 동학군 부대에 합류했다. 청산으로 향하던 중 괴산군 관아를 점령하기도 했다.
청산문바위골에서 혁명군으로 위상을 갖춘 이른바 호서동학군의 일원으로 손병희, 이종훈 등과 함께 관군과 일본군으로 조직된 조일연합군과 전투를 하면서 혁명 전선을 이끌어갔다. 그의 혁명 전선은 청산 문바위골을 기점으로 공주 우금치, 논산 황화대, 원평 구미란, 금산, 영동 용산, 보은 종곡, 충주 무극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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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가 참여한 고려혁명당 사건 관련기사. 사진=동아일보 1927년 2월 7일자
◇갑진개화운동으로 근대문명을 적극 수용하다홍명기는 동학농민혁명 이후 고향을 등져야만 했다. 관의 추적과 지역에서의 배척으로 그는 원산과 함흥 등 함경도 지방을 떠돌았다. 시간이 지나 동학에 관한 탄압이 줄어들자 홍병기는 손병희의 측근으로 동학을 재건했다. 1897년 손병희가 동학의 종통을 이어받을 때 편의장(便宜長)이라는 직책과 대정(大正)이라는 직임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학의 최고책임자 손병희로부터 인암(仁菴)이라는 도호를 받았다. 도호는 동학 교단에서 발급하는 일종의 호(號)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서구 근대문명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한말 조선 사회는 서구 근대문명 수용에 대해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동학도 이 시기 서구 근대문명을 비판하고 반외세의 선봉에 섰다.
그렇지만 동학농민혁명 이후 1901년에 손병희가 일본으로 망명한 후 근대문명을 체험하고 반외세에서 서구 문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이는 세계사적 시대 흐름을 받아들기로 하는 대전환이었다.
손병희는 일본 망명 중 박영효, 권동진, 오세창 등 개화파 인물들과 교류했다. 이를 계기로 손병희는 1904년 근대문명을 수용하는 갑진개화운동을 전개했다. 홍병기는 손병희를 지지하면서 근대문명을 적극 수용했다. 손병희의 지시를 받은 그는 24명의 동학 교인 자제를 선발해 일본 교토(京都)의 부립 제일중학교에 입학시켜 근대 학문을 배우도록 했다. 이들은 국내로 돌아와 천도교를 부흥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1904년 8월 동학 교단은 흑의단발 즉 염색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갑진개화운동을 전개했다. 이 갑진개화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홍병기는 동학 교단의 주요 지도자인 박인호, 이종훈, 문학수, 나용환, 나인협 등과 함께 일본 도쿄(東京)로 건너가 손병희를 만났다. 이때 손병희는 민회(民會)를 조직하고 개화운동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홍병기 등은 국내로 돌아와 대동회(大同會)를 준비했다. 하지만 일본군과 관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홍병기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손병희와 협의한 후 진보회(進步會)를 조직하고 흑의단발을 내세우며 개화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그러나 갑진개화운동은 홍병기와 함께 추진하던 이용구가 진보회를 일진회와 통합하고 친일의 길로 나감에 따라 자연 관계를 청산했다. 친일의 길을 걷는 이용구와 관계를 단절했다. 이를 계기로 손병희는 이용구를 천도교에서 출교했고, 홍병기는 천도교의 핵심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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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에 대한 신문 내용. 사진=동아일보 1920년 9월 20일자
◇3·1운동 민족대표에 서명하다홍병기는 1910년 8월 29일 일제 강점 이래 '독립'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동학농민혁명을 겪으면서 독립에 대한 열망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그는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불평을 다음과 언급한 바 있다.
첫째 오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조선이 하루아침에 일본의 영토가 된 것, 둘째 천년의 역사적 관계를 갖고 평화롭게 교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한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 셋째 강점 당시 일본 메이지 천왕이 칙어로서 일본인과 조선인을 평등하게 대우한다고 했음에도 조선 민족을 심하게 압박하고 차별한 것, 넷째 일본인이 조선인을 다른 민족이라고 보고 조선인을 '요보상'이라고 부르면서 하등시 하는 것, 다섯째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어서 조선 민족을 망하게 하려는 것 등이었다.
이러한 인식과 독립에 대한 열망은 그로 하여금 3·1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미국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하자, 당시 민족지도자들은 이를 계기로 일제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물론 민족자결주의는 패전국 식민지에 적용되는 것이었지만, 민족지도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독립을 쟁취하고자 했다.
홍병기 역시 민족자결주의를 적극 지지했고, 우리 조선도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의해 독립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침 고종의 승하를 기회로 천도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독립선언을 준비했다.
천도교는 최린, 오세창, 권동진이 교단 최고 지도자인 손병희와 협의하고 3·1독립운동을 추진해나갔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홍병기는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권동진을 만나 "지금 파리강화회의에서 민족자결이 제창되고 있으므로 우리 조선에서도 독립을 기도하는 것이 어떠냐", "독립운동을 하려면 동지를 모아야 한다" 등 의견을 제시했다.
천도교는 기독교에 먼저 3·1독립운동을 같이 하기로 협의하고 이어 불교와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어 독립선언서에 서명할 종교별 대표를 선정하기로 했다. 천도교는 손병희를 비롯한 15인을 선정했는데, 홍병기도 흔쾌히 참여했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태화관에 모인 홍병기 등 민족대표는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대한독립만세를 불렸다. 이어 종로경찰서로 연행돼 신문과 재판을 받은 후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
홍병기는 서대문형무소에 옥고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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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된 홍병기 묘소. 사진=성주현
◇무장투쟁을 위해 고려혁명당에 참여하다1926년 4월 5일 만주 길림에서 무장투쟁을 목적으로 하는 고려혁명당이 결성됐다. 고려혁명당은 만주 일대에서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정의부, 천도교, 그리고 형평사의 삼각동맹으로 결성한 독립운동 단체다. 고려혁명당 창당에 참여한 김봉국이 홍병기를 찾아와 그 소식을 전하자, 그는 그 자리에서 고려혁명당 가입을 승낙했다.
고려혁명당에 강입한 홍병기는 당세의 신장을 위해 적극 활동했다. 그해 12월 고려혁명당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하던 이동락이 국내로 잠입하던 중 신의주에서 피체됨에 따라 고려혁명당은 와해됐고, 홍병기도 1927년 1월 만주에서 피체됐다.
당시 60세의 노인이었던 홍병기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통스러운 날을 보냈고, 1928년 10월 18일 평양복심법원에서 징역 2년을 언도받았다. 신의주형무소에서 옥중생활을 하던 홍병기는 1929년 7월 5일 가출옥하게 됐다.
이후 그는 천도교의 장로 등을 역임했고, 해방 후에는 삼일동지회 고문, 대한민국임시정부 봉대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1949년 1월 17일 군악대원을 실은 트럭에 치여 다리를 자르는 등 큰 부상을 당한 홍병기는 10여 일 후 1월 26일 81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1962년 3월 1일 대한민국 정부는 독립운동으로 점철한 그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고, 현재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성주현 평택박물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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