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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단 일곱 글자로 상징되던 성평등 정책의 퇴행이 드디어 멈췄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룬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며 “여가부의 기능을 확대·강화해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우리나라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는 2001년 ‘여성부’로 신설돼 정치적 격변기마다 부처 규모 확대와 축소 등 여러 부침을 겪었다. 여가부가 어떻게 바뀌어야 성평등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문재인 정부증권하는법
초대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72) 성균관대 명예교수, ‘응원봉 광장’에서 성평등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2030 여성들과 함께한 임선희(37)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단체 소속 이한(34) 성평등 교육 활동가 등 성별, 나이, 이력이 서로 다른 3명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좌담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여성미래센터 바20살재테크
오밥나무 카페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여가부가 한 일 가운데 의미 있는 성과와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정현백(이하 정) 제가 장관일 때 불법 촬영에 분노한 여성들이 30만명(6회 누적 기준) 모인 ‘불편한 용기’ 주최 시위가 있었다.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도 컸다. 여성들이 성희롱·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알최신릴게임
렸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반응해서 성희롱·성폭력근절 종합지원센터 등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성이 겪는 경력 단절과 고용 불안, 임금 격차 등 경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고용노동부와 협치를 시도한 건 거의 잘 되지 않았다. 여가부 장관으로서 한계를 느꼈다.
임선희(이하 임) 여가부는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5년짜리 ‘양성평등정온라인 릴게임 사이트
책 기본계획’을 총괄한다. 그런데 계획 내용을 보면 여가부가 (계획을 이끌) 힘이 약해서인지 부처 간 협업·조율이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2023년 여가부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법무부 장관 전화를 받고 곧바로 철회해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한(이하 이) 일단 여가부가 태어나서 존재해온 그 자알앤엘바이오전망
체가 성과라고 생각한다. 2019년부터 4년여 이어온 ‘버터나이프 크루’(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도 청년들이 직접 성평등 의제를 찾아내 의미 있다고 여겼는데 (2023년에) 한순간에 사업이 폐지되는 걸 보면서 (여가부가) 정치에 많이 휘둘리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해당 사업에 대해 “페미니즘에 경도” 등으로 비판한 지 3주 만에 사업 중단) 성인지 예산(전 부처 사업 예산 중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한) 35조원을 여가부 예산인 것처럼 비난하는 등 무리한 공격이 많다 보니 여가부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위축된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강화하는 안 등 새 정부가 현재까지 내놓은 약속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임 시민들에게 퍼진 가장 큰 오해가 ‘우리나라는 이제 성평등이 달성돼 여가부가 필요 없다’라고 생각한다. 낮은 성평등 수준에 대한 국내외 데이터까지 다 부정하는 주장에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는데, 그래도 이번 공약은 한국 성불평등 현실을 인식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성평등 공약이 투표일에 임박해서 발표된 건 아쉬웠지만 여가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발표는 큰 성과이고 주목할 만하다.
이 이 대통령이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며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물론 ‘모두’를 강조했다. 새 정부가 남성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남성 문제에 대해서도 성평등·페미니즘 접근으로 정책을 잘 만들면 좋겠다. 청소년 대상 성평등 교육을 다니며 보니 남성 청소년이나 청년이 어떤 부분에선 부모 세대보다 성평등 의식이 높다. 문제는 여전히 이들 마음 한구석에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있다는 거다. 관계맺음이나 정서적 측면에서도 가부장적 남성성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교육할 때 “아버지가 우는 걸 본 적 있어요?”라고 물으면 분위기가 싸해진다. 아버지가 울면 큰일 나는 걸로 여기는 문화가 여전하다. 슬픔, 힘듦 같은 감정 표현은 억제되는데 ‘분노’는 남자다운 것처럼 여겨져 허용되니까 분노로만 표출할 줄 안다. 타인을 향한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물론 자살률도 여성보다 높고 각종 건강 수치가 안 좋다. 많은 남성이 가부장제에 천착하느라 여성 인권이 올라가면 자신의 무언가를 뺏기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성평등에 대한 인식 격차 문제라고 본다.
정 비슷한 맥락에서 정부 차원의 ‘소년과 남성이 함께하는 성평등 문화 확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유엔 등 국제기구엔 20여년 전부터 장려해온 캠페인이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책을 전담할 새 부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젊은층에서 여가부에 대한 오해와 비호감이 큰 상황에서 성평등가족부가 된다고 그런 사업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이 성평등 교육 활동가 입장에서 보면 성평등가족부가 성평등 교육을 담당할 경우 백래시(반발)가 있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된다. 그런데 교실에서 백래시를 받는 게 낫지 (교실 바깥에) 방치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성평등에 대해 온라인에서만 떠들게 한 결과가 여성혐오 표현을 ‘놀이’로 삼은 아이들이다.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오해가 풀리고 인식이 나아지는 걸 많이 느낀다. 남자 청소년 특화 성교육도 100여개 학교에서 했는데, 남성성, 관계, 페미니즘을 함께 알려주니 학생들도 좋아했다. 남자다움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면 ‘남자의 성욕은 억제하기 어렵다’ 같은 편견에 반박할 수 있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엔번방’이나 딥페이크 성착취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교육을 성평등가족부에서 맡지 않으면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싶다.
임 여가부가 성폭력 예방이나 피해자 지원 사업도 해왔는데, 기술이 발전하고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여성폭력도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통합적 관점의 교육 필요성도 갈수록 필요해진다는 데는 동의하는데,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캠페인 사업 자체가 성과를 정량적 지표로 만들기 쉽지 않은 정책이라서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맡으려 할 지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정 그래서 여가부의 확대 개편과 함께 양성평등위원회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제 성평등 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이해력) 교육과 떼어놓을 수 없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기관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위원회에서 실질적 협치를 압박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필수 교과로 하고 그 안에서 성평등 교육,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평화 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다루면 좋겠다.
―여가부가 집중해야 할 또 다른 정책이 있다면?
임 양성평등 실태조사 등을 보면 가정 내 돌봄이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돼 있고 가사·돌봄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여성이 다수다. 성차별적 돌봄 구조를 ‘서로 돌봄’이 가능한 사회로 바꾸려면 젠더 관점에서 노동·돌봄 정책을 다룰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업이 쉽지 않다면 여가부가 총괄 권한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지만 아직 대체 입법이 되지 않았다. 내가 여가부 장관일 때 ‘미프진’(임신중지약)이라도 빨리 도입해달라고 보건복지부 장관, 청와대 등을 찾아갔지만 그조차도 안 됐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여성들만의 문제도 아닌데, 파워 엘리트들의 젠더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가 그때 알 수 있었다.
―‘제로섬 게임’처럼 받아들여지는 성평등 정책이 사실은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여성의 이야기를 하면 남성을 배제하는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이 차별받으면 남성도 그에 따른 부담감이나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여성이 고위직이 되기 어려운 ‘유리 천장’ 문제와 남성의 낮은 육아휴직 사용률은 연결된 것이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조직이나 육아휴직 뒤 복귀한 여성이 승진하기 어려운 회사는 모두 성평등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 2017년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대담을 했는데, 라가르드 총재가 “한국은 노동시장 성차별을 해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크다는 뜻이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도 성평등 수준을 높여야만 해결 가능할 것이다.
정리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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