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건 분명 있었죠. 그래도 워낙 어릴 때라 '나라를 구한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도 몰랐어요." 1926년 만주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가난과 배고픔보다 버티기 힘든 것은 나라 잃은 서러움이었다. '망국노(亡國奴·나라가 망해 침략자에게 예속되어 있는 국민)', '고구려 노예'라고 놀림을 받을 때마다 광복에 대한 염원은 커져만 갔다. 결국 13살에 광복군의 전신인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평생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 실업급여 지난해 11월 17일 향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마지막 여성 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의 이야기다. '독립운동 집안의 자녀'…마지막 여성 독립운동가 오희옥
오희옥 지사. 경기도 제공
환승론 오희옥 지사의 가족은 모두 독립운동가다. 명포수로 알려진 조부 오인수 의병장, 중국 서로군정서 등에서 활약한 부친 오광선 장군, 만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독립군을 지원했던 어머니 정현숙 지사, 광복군 출신 언니 오희영 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10대 소녀의 몸으로 1941년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 입대한 오 실효금리 희옥 지사는 광복군에게 쪽지와 밀서를 직접 전달하거나 일본군을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하는 위험한 임무에 뛰어들었다. 또 최전방에서 전해 들은 일본군의 만행을 중국인들에게 알렸으며, 한국 청년들과 중국 청년들이 연합해 반일 사상을 고취하는 연극·무용 등을 해서 자금을 마련했다. 공연으로 번 돈은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나눠서 각자 군자금으로 금융 파업 사용했다. 1944년에는 한국독립당원으로 활동하며 독립군 모병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 국내로 돌아와 경기 용인시 원삼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학생들과 현충원 참배를 하는 등 학생들에게 독립정신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각종 보훈 행사에 참여해 많은 이에게 독립운동의 역사와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디케이디앤아이 알렸다. '만주의 어머니' 정현숙, '김구의 비서' 오희영
정현숙 지사. 경기도 제공
오희옥 지사의 어머니 정현숙 지사는 '만주의 어머니'로 불린다. 용인시에서 생활하던 정현숙 지사는 1919년 신흥무관학교에서 교관으로 활동하던 남편 오광선 장군을 따라 만주로 망명해 남의 집 일을 해주고 받은 품삯으로 생활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독립군의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1936년에는 중국 북경에서 비밀공작을 수행 중이던 남편이 일제 경찰에 체포되자 출산한 몸으로 남경으로 가서 임시정부에 합류했다. 이후 자식들을 홀로 돌보며 임시정부 일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오희영 지사. 경기도 제공
정현숙 지사의 장녀이자 오희옥 지사의 두살 터울 언니인 오희영 지사 또한 독립운동가다. 1939년 16살 때 동생과 함께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한 뒤 중국 류저우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항일의식 고취와 항일투쟁을 위한 선전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김구의 임시정부를 따라 충징에 도착한 뒤 1940년 한국광복군이 창설되자 여군에 입대했다. 그가 배치된 부대는 김학규가 이끄는 제3지대로, 적의 점령지역에 잠입해 공작거점을 마련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들을 포섭해 광복군 지역으로 무사히 데리고 나오는 이른바 '초모공작'을 수행했다. 1944년에는 김구 주석의 사무실 비서 겸 선전부 선전원으로 활동했다. 정현숙·오희영·오희옥 지사 '80인 독립운동가' 선정
경기도는 나라를 위해 젊음과 목숨을 바친 정현숙·오희영·오희옥 지사를 마지막 '올해의 독립운동가 80인'으로 선정했다.
'올해의 독립운동가 80인'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도와 광복회 경기지부가 함께 대표적인 경기지역 독립운동가 80인을 선정해 업적을 홍보하는 사업이다. 안승우 의병장·이규채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 등 77명이 8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도는 광복절인 15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우리가 되찾은 빛 제대로 반듯하게'를 주제로 경축식을 열고 마지막 3인 정현숙·오희영·오희옥 지사의 생애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경축식에 참석한 오희옥 지사의 아들 김홍태(61)씨는 "어려운 시절 독립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와 가족들의 노고가 인정받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국민과 나누고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더 자주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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