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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7-14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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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호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 1968년 워싱턴. 세계은행 총회가 열리던 기간 한 호텔방에서 두 명의 싱가포르 관료와 남아공 관료가 비밀스레 만남을 가졌다. 특히 이 남아공 관료는 대화가 정보기관에 도청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기 위해 TV 볼륨을 높이자고 제안하였고, 그렇게 대화는 시작되었다.
싱가포르 관료들의 목적은 금을 사는 것. 아주 위험한 제안이었지만 양측은 그대로 가격에 합의했고, 남아공 측 관료는 "좋습니다. 싱가포르 측 사람을 스위스로 보내세요. 우리가 금을 스위스에 인도하면, 당신들이 스위스에서 결제하면 됩니다"라고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1달러 지폐를 꺼내 반LG전자목표가
으로 찢은 뒤, 절반은 싱가포르 측에 전달하였다. 스위스 접선을 위한 징표였다.
몇 달 뒤, 스위스 취리히에서 약속대로 지폐 절반을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였고, 싱가포르는 금 100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실제 이 찢어진 달러는 테마섹 홀딩스와 함께 유명한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GIC) 사무실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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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은 인도네시아에서 수하르토가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공산당원들을 학살한 사건이 벌어진 직후다. 심지어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인도네시아 공산당 당원들의 명단을 군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미국이 지원하는 2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한창이었다.
그런 냉혹한 시기에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에서 싱가포르인과 남아공인카카오릴게임
사이에 금 거래가 비밀스레 이루어지고 있었다. 납작하게만 봐 오던 냉전의 이면은 이토록 다양하고 복잡다단했다. 각자의 이해와 생존을 걸고 모험을 벌이던 시기였다.
특히 싱가포르의 금 구매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1965년 독립한 싱가포르는 비록 미국과 영국 주도의 자유주의 진영에 속한 것처럼 보였지만, 총리인 리콴유도 그렇고 인구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의 80%가 중국계라는 이유로 중국과 연계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고 있었다. 게다가 여당인 인민행동당에는 여전히 사회주의 인사들이 많았고, 도시 곳곳에서 노조 및 학생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CIA 관련 자료들을 찾아볼 일이 있었는데, 이미 미국은 싱가포르가 중국, 북한, 소련 등 북방 사회주의 국가들의 물류아이텍반도체 주식
허브로 기능해 가고 있었음을 인지하고 있었고, 많은 화인 기업가가 대규모, 혹은 소규모로 홍콩이나 광저우를 통해 밀수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을 몰래 100톤이나 구매하다니, 이상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당시는 국제적으로 미국 달러와 금을 고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어 전 세계가 금 시장 상황을 예민하게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갓 독립한 신생국 싱가포르의 두 관료가 겁도 없이 미국 몰래 금을 구매한 것이다. 당시 함께한 남아공 관료는 재무장관 니콜라스 디에데리였다고 하고, 싱가포르 측은 재무장관이자 싱가포르 경제를 설계했을 뿐 아니라 리콴유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고켕스위와 향후 싱가포르 고위 관료를 역임하는 니암 통 다우였다.
고켕스위는 관료이자 정치인으로 일찍이 런던정경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 관료였다. 그가 금을 구매한 이유는 분명했다. 고켕스위는 워싱턴과 런던이 아무리 보장해도 브레턴우즈 체제는 곧 붕괴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안정화하고, 환율을 방어해야만 했다.
이미 1967년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평가절하되었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늘고 있었기에 보유 통화를 다변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율을 보호하기 위한 실물 자산을 보험으로 보유하기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금이었고. 아울러 주요 선진국들의 만성 적자는 곧 금 가격 증가를 추동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인식 아래 당시 금 시세가 브레턴우즈 체제 아래 1온스당 35달러 고정이었으나, 40달러에 프리미엄을 얹는 거래를 제안했고, 남아공 측 역시 여기에 동의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 주도의 금 거래 금수 조치로 인해 달러로 금을 구매하는 것이 차단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고켕스위는 제재를 우회해 비밀리에 금을 사들인 것이다.
이 100톤의 금은 큰 국가들 입장에서는 소소한 규모로 보일 수 있지만, 신생국 싱가포르 입장에서는 매우 큰 지출이었다. 심지어 지금도 100톤 이상의 금을 보유한 국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고켕스위의 예견은 적중하여 브레턴우즈 체제는 붕괴되었고, 금 가격 역시 1974년 200달러로 급등, 1980년 8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40달러+@로 산이금 자산이 거시경제 계획을 위한 싱가포르 국고의 든든한 기반이 된 것이다.
원래 싱가포르는 20세기 중후반 국제 금 거래 시장이 있었을 정도로 동남아시아 금 유통의 중심이었다. 그러다가 1994년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 유통은 그대로 멈추어 버렸는데, 이러한 상황이 2000년대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세계 경제 위기를 겪고, 미중경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2012년 싱가포르 정부는 투자 목적의 금, 은, 백금과 같은 귀금속을 가지고 와 정련하고 보관하는 행위에 대해 부가가치를 면제해 주는 법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또한, 2021년 코로나로 인해 불확실해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그동안 추가로 구매하지 않던 금 구매를 전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구매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사실 2000년 이후 싱가포르 정부의 금 보유고는 당시에 산 100톤에서 일정했는데, 2021년부터 급증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고, 당연하게도 현재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가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통화 안정성과 환율 방어를 염두에 둔 조치이기도 하다.
1968년의 싱가포르와 2010년대 이후 싱가포르가 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에는 강대국 중심 국제 질서 속에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가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고위 관료 및 정치인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은 1968년 당시 싱가포르가 독립한 사실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면, 2010년대 이후 싱가포르는 전 세계 부호들이나 기관들이 금을 보관하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 국가가 되었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싱가포르가 가진 다양한 이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가로서 의지가 정책과 제도로 분명히 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전 세계 자산가와 부유층의 금 보유 수요에 대응하며, 글로벌 금 보관 및 거래 허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다층적인 법 제도와 인프라 정책을 수립해 왔다.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도 세제 혜택과 법적 안정성이 존재한다. 1990년대 중반, 부가가치세(GST)의 도입으로 침체에 빠졌던 금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2012년부터 투자 목적 귀금속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제도를 도입했다.
순도 99.5% 이상인 금, 은, 백금 금괴의 거래에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하여, 실물 자산으로서의 금 구매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였고,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유입을 유도했다. 더불어 '정련 및 집하업자 공인 제도'(ARCS)를 통해 금 정련을 위한 원자재 수입에도 부가가치세를 면제함으로써, 금 가공 산업 자체를 싱가포르에 정착시키려는 정책을 병행하였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금 보관 인프라를 갖추는 데 집중해 왔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중반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2014년 실버불리온(Silver Bullion)이 민간 금고 '세이프하우스'(The Safe House)를 구축하였으며, 이 시설은 2024년 '더 리저브'(The Reserve)라는 명칭으로 금 500톤, 은 1만 톤까지 보관 가능한 확장된 금고로 이전하였다. 이처럼 민간 시설조차 국가의 지원 아래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은 싱가포르가 금 보관 사업을 단순히 민간의 사적 이익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적 환경 역시 자산가 유입을 위한 중요한 요인이다. 싱가포르는 상속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에서 파격적 감세 또는 면제를 제공함으로써 자산의 보존과 이전이 매우 용이한 환경을 조성했다. 동시에, 법 집행의 엄정함과 정치적 안정성, 관료제의 청렴성은 외국계 자본에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싱가포르는 자금세탁 방지, 테러 자금 유입 차단 등 글로벌 금융 규범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동시에 조세회피처로 비판받지 않는 합법적 자산 도피처로서의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 보관 허브로서의 정책은 또한 싱가포르의 지정학적 전략성과 맞물린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미묘한 외교적 균형 속에서 싱가포르는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외교를 펼치며, 양국 모두와 강력한 경제적 유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자산을 안전하게 분산하고자 하는 글로벌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그 빈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며 아시아의 핵심 자산 보관지로 부상했다.
이러한 금 유치 전략은 단순한 귀금속 산업 육성을 넘어, 싱가포르가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장기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싱가포르는 금 보관 및 거래 중심지로서의 기반 위에, 사모펀드, 패밀리 오피스, 자산운용 등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 산업을 연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해외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고조차 자국에 유치하려는 야심 찬 계획도 추진 중이다.
결국 싱가포르는 법제도, 세제, 인프라, 정치체제, 지정학, 거시경제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금 보관 허브’라는 국가 브랜드를 구축해 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금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가 하나의 전략적 자산 운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만의 독자적인 모델로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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