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트 마크롱이 지난 7일 프랑스 파리 폴리 베르제르 극장 백스테이지에서 코미디언 아리 아비탕과 대화하고 있다. 연예매체 ‘퓌블릭’이 8일 올린 영상의 한 장면. 누 투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브리지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성폭력 규탄 시위를 벌인 여성주의 활동가들을 원색적인 욕설로 비난해 파문이 인다. 정치권은 물론 마리옹 코티야르 같은 배우들도 활동가들을 지지하며 브리지트를 비판하고 나섰다.
프랑스 르몽드·리베라시옹 보도를 보면, 사건은 지난 7일(현지시각) 브리지트가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극장 폴리 베르제르의 무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대 뒤에서 코미디언 아리 아비탕(51)과 나눈 대화로부터 시작됐다. 아비탕은 2021년 말 20대 여성 대상 성폭력 혐의로 고발당한 인물이다. 올 1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시민사회계는 아비탕의 무대 복귀에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피해자의 혈흔과 꼬리뼈 손상 진단서 등 여러 증거에도 이런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성폭 황금성게임랜드 력 고소의 94%가 불기소 처분된다.
이에 전날에도 반성폭력 시민단체 ‘누 투트’(우리 여성들 모두) 소속 활동가 4명이 객석에서 아비탕을 닮은 가면을 쓴 채 “아비탕 성폭행범”이라고 외친 바 있다. 공연은 몇분간 중단됐다.
연예매체 ‘퓌블릭’이 올린 대화 영상에서 브리지트는 아비탕에게 “괜찮냐”고 묻는다. 아비탕은 “저 바다이야기부활 무서워요, 모두 다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브리지트는 “(오늘도) 그 더러운 ○들이 나타나면 걔들을 바깥으로 내던져 눕혀버리자. 특히 가면 쓴 폭도들 말이야”라고 웃으며 말한다. 여성을 비하하는 프랑스어 속어를 곳곳에 담은 발언이었다. 아비탕은 “난장판이 일어나는지 한번 봅시다”라고 화답한다.
누 투트는 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바다이야기디시 브리지트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전날 시위에 참여했던 활동가 그웬은 “매우 충격받았고 분노하고 있다. 그가 쓴 단어들은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낱낱이 드러낸다”며 “이는 (성폭력) 피해자들과 여성주의 단체들을 향한 또 하나의 침 뱉기”라고 썼다. 이어 영상은 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빠르게 퍼졌다.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스페인 엘 야마토게임 파이스 등 외신들이 브리지트 발언을 보도하고, 독일 베를린에선 지하철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그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가운데). EPA 연합뉴스


사건이 스캔들(추문)로 커질 조짐이 보이자 엘리제궁은 진화에 나섰다. 브리지트의 측근들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번 발언은 가면을 쓰고 공연을 방해했던 이들의 급진적인 방식을 비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브리지트가 활동가들의 메시지나 생각을 공격한 게 아니라, 시위 방법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 모드 브레종 역시 10일 프랑스2 방송 대담에서 브리지트가 “사적인 공간에서 즉흥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브리지트 마크롱을 그만 내버려두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선 브리지트의 말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반론이 쏟아진다. 권력층인 영부인이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여성주의 핍박을 반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60개 비정부기구(NGO)·노동조합의 연합인 ‘그레브 페미니스트’(여성주의 투쟁)는 성명에서 “이번 발언은 이미 사이버 괴롭힘·살해 협박·폭력의 대상이 돼온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증오를 정당화한다. 또 성폭력 고발 운동을 단순한 ‘공공질서 교란’으로 치부해, 성폭력의 심각성을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리지트가 자기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성폭력 및 성차별적 폭력 행위에 대해 “명확한 규탄”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야엘 브론피베 프랑스 국회의장은 아비탕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여성주의는 “중대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을 모욕해선 안 된다. 특히 공공선을 위해 행동하는 활동가들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고 했다.



프랑스의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가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나는 더러운 ○이다’라는 문구. 마리옹 코티야르 인스타그램 갈무리


배우들이 소셜미디어에 “더러운 ○”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규탄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화 라비앙로즈, 미드나잇 인 파리 등에 출연한 프랑스 국민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는 8일 인스타그램에 “나는 더러운 ○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자신이 누 투트와 같은 입장이며 그들과 연대하겠다는 얘기다. 프랑스 미투 운동에 동참했던 배우 쥐디트 고드레슈 역시 “우리는 모두 더러운 ○이다. 여러분이 곧 우리이듯, 우리가 곧 여러분이다”라고 썼다.
브리지트의 이번 발언은 마크롱 부부가 그간 성폭력 문제에 대해 보인 몰지각한 태도의 연장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2023년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제라르 드파리디외에 대해, “(그가 왜) 프랑스의 수치냐?”며 “그는 위대한 배우이자 천재적 예술가”라며 옹호한 바 있다. 마크롱의 최측근 제랄드 다르마냉은 성폭행 혐의로 두번 고발됐지만 마크롱 정권에서 내무장관, 법무장관을 연이어 지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베라시옹은 이번 사건이 “인권의 나라인 프랑스가 여전히 여성의 나라는 아니며, 국가 최고 권력층에서 (여성 대상 폭력에 눈감는) 가부장제가 아무 문제 없다고 여겨진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라고 논평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