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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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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예시 ㉭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 23.rcy714.top ▷누구에게나 마음속 하나쯤 남은 교실이 있다. 창가에 앉아 있을 때면 바람결에 흔들리던 커튼, 책상 아래 수줍게 숨겨둔 간식, 왁스 냄새 가득한 바닥 위로 구르던 작은 웃음들.
그 시절 너무 평범하게 흘려보냈던 순간들이 이제는 한 장의 사진, 선생님이 쓰시던 오래된 업무노트, 빛바랜 기록 속에 조용히 담겨있다. 그저 추억이라고 여기고 지나쳤던 장면들을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이 정말로 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 기사는 그렇게 잊힌 줄 알았던 시간, ‘학창’ 시절의 풍경을 다시 한번 꺼내보기 위해 쓰였다. 이제, 오래된 기록 속에 남아 있는 우리의 교실을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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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산외초등학교 학생들이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연도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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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산외초등학교 학생들이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연도 미상).
네이버대출이자계산기 1958년 사천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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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교육지원청 기록연구사들 협력… 지역순회 전시
밀양교육지원청과 도 온라인마케팅비비 내 기록연구사 6명(밀양·창원·사천·거제·고성·합천)이 협력해 학교 기록물을 수집하고 구성한 결과물로 경남교육청과 6개 교육지원청에서 지역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
먼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4일까지 경남교육청 제2청사 1층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열렸고, 밀양교육지원청에서 5월 13~23일, 창원교육지원청에서 19~30일 전시를 마 국제결혼중개업체 쳤다. 거제교육지원청은 6월 2일부터 13일까지 전시 중이고, 사천교육지원청은 16~27일, 합천교육지원청은 30일부터 7월 11일, 끝으로 고성교육지원청은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전시를 통해 석 달간에 걸친 전시회를 마무리한다.
이번 전시는 학교 현장의 풍경과 그 속의 따뜻한 기억들을 통해 기록의 새로운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이라는 딱딱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입학식, 청소시간, 급식시간, 시험, 반공교육, 졸업식 등 15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으며, 학교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사진, 문서, 물건 등을 통해 추억을 자극한다. 특히 베이비붐 시대의 콩나물 교실, 혼분식을 강조하던 꽁당보리밥 노래, 도서실과 컴퓨터실 등 세대별 교실 풍경을 소개하며, 관람객들에게 지나온 기억을 떠올릴 기회를 제공한다.
1977년 거제 오량초등학교.
1977년 거제 오량초등학교.
연도미상 삼천포초등학교.
연도미상 삼천포초등학교.
◇‘학창(學窓)’이라는 말이 품은 것들
사전에서는 ‘학창(學窓)’이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다니며 공부하던 시절”이라고 정의한다. 학창이라는 단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숨겨진 의미는 훨씬 더 깊다. ‘배울 학(學)’과 ‘창문 창(窓)’, 곧 ‘배움의 창가’라는 뜻이다. 우리가 세상을 처음 바라본 창, 세상에 대한 배움의 시작을 의미한다.
1958년 사천초등학교의 쉬는 시간 풍경 사진을 보면, 운동장에서 어깨동무한 개구쟁이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추운 날씨 때문인지 스웨터를 입고 가슴팍에는 커다란 손수건을 달고 있다. 지금은 너무 작게 느껴지는 운동장이지만 그때의 어린이들에게는 처음 발을 디딘 작은 세상이었다. 처음 익히는 규칙과 질서, 내 옆에 함께하는 친구라는 존재, 어린 마음들은 그 속에서 처음으로 ‘나 아닌 너’를 인식하고 천천히 자라났다.
급식소가 없어 교실에서 점심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교실에 옹기종기 앉아서 도시락을 먹던 때, 부모님이 해주신 따뜻한 한 끼에 감사함을 배웠고, 반찬을 나누며 자연스레 배려를 배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교실엔 밥 냄새와 함께 웃음이 가득했고, 서툰 숟가락질 속에도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창원 상북초등학교 학생들이 좌측통행을 연습을 하고 있다(1983년).
창원 상북초등학교 학생들이 좌측통행을 연습을 하고 있다(1983년).
밀양운정초등학교 학생들이 국기하강식 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서 있다(1980년).
밀양운정초등학교 학생들이 국기하강식 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서 있다(1980년).
1981년 밀양 운정초등학교 반공표어 포스터 전시회.
1981년 밀양 운정초등학교 반공표어 포스터 전시회.
합천 창덕초등학교 낙진분교 아이들이 꽁당보리밥 노래와 율동을 배우고 있다(1976년).
합천 창덕초등학교 낙진분교 아이들이 꽁당보리밥 노래와 율동을 배우고 있다(1976년).
◇학창 시절 기록도 시대를 담는다.
학창 시절의 기록은 추억만을 담고 있지 않다. 그 속에는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시대의 공기가 함께 묻어난다.
1971년 고성중학교의 중학교 시험 배정 사진에는 긴장감이 묻어난다. 1969년 서울에서 시작된 중학교 무시험제도는 1971년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무작위 배정을 위해 ‘무시험 추첨기’가 도입되었다. 이 추첨기는 팔각형 몸체에 손잡이가 달린 형태로, 학생이 손잡이를 돌리면 내부의 뽑기 알이 나와 색상이나 번호에 따라 중학교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1960~70년대는 혼분식 장려운동을 펼쳤다. 주식인 쌀의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당시 인구가 증가하여 쌀 생산량이 부족하자, 잡곡이나 밀가루 음식을 먹도록 장려했다. 동네한바퀴와 음이 같은 ‘꽁당보리밥’이라는 노래는 혼분식 장려 운동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점심시간이면 잡곡을 일정 비율 섞었는지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학부모 교육에서 혼분식을 장려하기도 했다.
당시에 불렀던 ‘꽁당보리밥’ 가사는 정겹다. ‘꼬고댁 꼭꼭 먼동이 튼다. 복남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둘러앉아 꽁당보리밥. 꿀밥보다 더 맛좋은 꽁당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1971년 고성중학교.
1971년 고성중학교.
1971년 고성중학교.
1971년 고성중학교.
6·25전쟁 이후 남북 분단이 고착되고, 냉전이 격화되던 시기. 국가 안보와 이념 수호를 명분으로 초등학교에서도 반공교육이 실시되었다. 아침 조회마다 울려 퍼지던 반공의 노래, 반공표어 외우기... 하교 무렵 시계탑이 있는 학교에서는 정시에 사이렌을 울려 국기 하강식을 알리기도 했다. 사이렌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태극기를 향해 서서,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조용히 국기가 내려올 때까지 대기했다.
한때 학교 복도 바닥엔 ‘좌측통행’표시가 선명했다. 좌측통행은 1921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도로취제규칙 개정으로 시작됐다. 복도에 까치발을 하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좌측으로 걸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우측통행은 2009년 이후인데 보행자의 안전과 국제관행을 고려해 우측통행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학교는 그 시대의 제도와 사회, 이념과 정책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풍경은 오래된 사진 한 장으로도 증명된다.
1944년 밀양초 학생들이 정렬해 있고, 교장으로 보이는 이가 경례를 하고 있다.
1944년 밀양초 학생들이 정렬해 있고, 교장으로 보이는 이가 경례를 하고 있다.
1930년 밀양초등학교 교사(校舍).
1930년 밀양초등학교 교사(校舍).
◇시간이 지나 역사가 되는 기록
시간이 지나면 교실은 사라지고, 사람들의 기억도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남겨진 기록은 그날의 공기와 마음을 붙잡아 둔다.
학교 기록에는 한 사람의 학창 시절만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시간과 지역의 공동체가 함께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 학생 수는 줄어들고 학교는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폐교의 의미는 문을 닫는 것 만이 아니다. 그 곳에는 수십년 간의 교육활동,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마을이 함께 쌓아온 공동체의 기억과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73년 밀양 중산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모습. 폐교한 중산초 학교 전경이 보인다.
1973년 밀양 중산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모습. 폐교한 중산초 학교 전경이 보인다.
밀양초등학교는 1897년 사립 개창학교로 설립되었다. 곧 130년을 맞이하는 만큼 밀양초등학교에 남아 있는 오래된 사진과 학적부는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다. 그 시절 시간을 담은 추억을 넘어 독립운동가의 삶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역사를 간접적으로 살펴볼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학교에 남아 있는 기록은 한 사람의 삶을 복원하고, 그 삶이 후대에 전승되는 역사가 된다.
우리가 학교에 남긴 기록은 과거를 붙잡는 수단이 아니라, 그 시절 추억을 잊지 않게 해주는 마음이다. 한 장의 사진, 낡은 공책, 교무일지 속 메모 한 줄이 누군가의 어린 날 한 페이지가 되고 한 지역과 시대를 설명하는 가장 명백한 언어가 되기도 한다.
지금도 그 기록들은 학교의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한 채 당신의 추억을 품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며,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며 오랜 시간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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