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 공연 장면ⓒUwe Stratmann(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난해한 추상화나 현대 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곳곳에 감춰진 의미를 찾아내길 바라는 '숨은그림찾기' 같다. '독일 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1940~2009)의 대표작 '카네이션' 이야기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막을 올린 '카네이션'은 현대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982년 독일에서 초연된 이후 40년 넘게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며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올해 센터 개관 25주년을 맞아삼성전자 주식
다시 한국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무대를 가득 메운 9000송이의 분홍색 카네이션이 관객을 맞는다. "우와!"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이 고운 장관(壯觀)을 사진에 담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차트의신
션' 공연 장면(LG아트센터 제공)


막이 오르자, 양복 수트 차림의 남성 무용수들과 발목까지 오는 긴 드레스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의자를 하나씩 짊어지고 등장한다. 그때부터 110분간 수수께끼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무용수들은 자기 머리 위에 흙을 쏟아붓고, 마치 출입국 관리소에서 나온 듯 여권오늘의상한가종목
을 달라고 외치며, 무대를 가로질러 추격전을 벌인다.
후반부에서는 양복 입은 남성들이 연거푸 고꾸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성 무용수가 절규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관객은 마치 함께 고문을 당하는 듯한 심정이 된다. 하지만 괴로운 장면들 사이로, 무용수들이 탁자 위에서 환한 표정으로 춤을 추거나 봄·여름·가을·겨울을 표현하는 안무를 선보일제약관련주
땐 관객도 함께 미소 짓게 된다.
'카네이션'은 인생에 대한 은유처럼 읽힌다. 꽃길만 펼쳐질 것 같던 삶이 어느 순간 오물을 뒤집어쓴 듯 낭패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덮쳐와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고, 저마다의 이유로 남모르게 울부짖는 날도 있다. 그러나 꽃밭 같던 삶이 짓밟히고 진창 같을지라도, 겨울 지나 봄이 오마이넷플러스
듯 우리 인생에도 다시 한 송이 분홍빛 카네이션이 피어난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살아낼 힘을 낸다.
"거대한 부조리극을 본 느낌", "괴롭고, 불쾌했고, 사랑스러웠다"는 반응부터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후기까지, 온라인에는 다양한 관람평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공연은 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이어지며, 14~15일에는 세종예술의전당에서 관객과 만난다.



'카네이션' 공연 장면ⓒLaszlo Szito(LG아트센터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