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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명문 경기고 꼴등 강원래(56)는 지난 8월 19일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증을 받았다. 그가 쓴 논문 주제는 ‘케이팝 아이돌 연습생 양성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난 그에게 물었다.
“학창 시절 공부 잘했나요?” “되게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 전교 꼴찌도 했는걸요.” “근데 어떻게 3년 반 만에 박사가 됐죠?” “중학교 때부터 해오던 거니까요. 날라리 공부.”
강원래는 경기고 동창 구준엽과 1996년 6월 클론으로 데뷔했다. ‘꿍따리 샤인터넷야마토
바라’로 당대 최고 가수 김건모를 꺾고 가요톱텐 1위를 차지했고 내는 노래마다 히트를 쳤다. 노래는 대륙의 귀까지 사로잡으면서 첫 한류 스타가 됐다. 특히 대만에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정점에 있을 때 사고가 났다. 2000년 11월 9일 반포동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강원래가 불법 유턴하던 소나타에 치여 3번 흉추 이하 완전 마비 판정을 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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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까지 내리꽂힌 강원래의 옆을 아내 김송과 구준엽이 지켰다. 두 사람의 지지 덕분에 댄서 커리어를 휠체어에서 이어갔다. 스텝을 밟는 대신 휠체어 바퀴를 굴려 춤을 췄다. 펜을 다시 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케이팝 댄스로 논문을 써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 공부가 박사 과정으로 이어졌다.
장애인이 된 지 어느덧 25년째. 이제한국기업평가 주식
는 불편하면 일단 시원하게 터뜨리고 본다. ‘장애인 화장실이 짐칸인가요?’ ‘휠체어는 영화관 입장이 안 된다네요’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올렸다가 화제가 된 적도 여러 번. KBS 3라디오 ‘강원래의 노래 선물’을 19년째 진행하고 있는 장수 DJ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을 보낸다”는 말에 쿨한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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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건 안 해요. 하고 싶고 재미있는 것만 해요.”
◇ “이수만, 자율보다 통제 강요했지만 시대 앞서갔다”
지난 23일 여의도 KBS 본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강원래씨. /최혜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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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래는 1988년 강릉대(현 국립강릉원주대) 산업공예학과를 2년 다니다 연예계 데뷔로 중퇴했다. 2012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연기예술학과에 편입해 학사 졸업했다. 2020년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생활체육교육학과에서 실용무용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다음 해 8월 전공을 바꿔 동 대학원 청소년지도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휴학 기간을 제외하면 약 3년 반 만에 박사가 된 것이다.
-학창 시절 꼴찌였다더니 공부가 잘 맞았나 봐요.
“좋아하는 분야라서 할 수 있었죠. 영어·수학 이런 거 아니니까요. 교통사고 이후에 댄서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얘기가 오가는데 중간자 입장에서 K팝 안무 역사를 한번 정리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가족 상담이나 청소년 심리 수업을 들었는데 재미있었고요. 하기 싫은 건 시작도 안 합니다. 관심 있거나 필요한 것만 파고들죠. 지금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수업을 들어요. 살다 보니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논문 쓰면서 힘든 건 없었나요? 오래 앉아 있다거나.
“안 힘들었어요. 지금 25년째 앉아 있는데요.”
-박사 논문 주제를 연습생으로 정한 이유는요?
“아이돌이 되고 싶은 청소년은 많은데 연습생 양성 체계는 표준화된 게 없어요. 연습생은 부러움과 화려함의 대상이지만 데뷔하지 못하면 그 이후를 막막해해요. 준비 과정에서 인권 문제도 있고요. 체계적인 교육과 방향을 알려줄 멘토가 필요해 보였어요. 저는 가수 최고점에 있다 밑바닥까지 가봤으니 그들의 입장에 더 공감할 수 있어서 시작했습니다. 연구자로 상징성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강원래 박사 학위. /인스타그램
강원래는 논문 마지막에 자신을 캐스팅했던 SM엔터테인먼트 전 대표 이수만을 언급했다. “이수만은 HOT와 S.E.S를 제작하며 합숙 형태의 연습생 제도로 자율보단 통제를 강요했고, 그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면서도 “기획사를 착취자로 몰아붙여 규제만을 강요하면 K팝은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논문에서 이수만씨를 디스했던데요.
“디스가 아니에요. 아이돌 연습생을 시작한 분이고 연습생을 보호할 수 있는 양성 체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서 쓴 겁니다. 제가 현진영과 와와로 SM 1호 가수였는데 먹은 거 하나하나 정산을 확실하게 했어요. 그때까진 친목 이런 개념이 커서 황당했는데 연습생들에게 회사라는 개념을 알려준 거죠. 이수만씨가 앞섰던 거예요.”
-춤박사가 보는 요즘 댄서는 어떤가요?
“자연스러움이 부족해요. 신나고 즐겁고 기쁨을 줘야 하는 무대에서 왜 화를 내고 인상을 쓰고 울까요. 멋있으려고만 하는 게 아쉬워요. 아이돌 안무도 너무 어렵습니다. 챌린지 때문에 만든 느낌도 강하고. 아, 논문 쓰면서 이게 힘들었네요. 보기 싫은 방송이나 무대를 억지로 봐야 하는 거.”
1996년 7월 MBC '인기가요 BEST 50'에서 클론이 '꿍따리샤바라'를 부르고 있다. /MBC
◇고3 담임의 한마디 “날라리 적성이면 날라리로 먹고살라”
-언제부터 춤을 췄나요?”
“초등학생 때부터요. 1981년인가 대학가요제에서 게스트로 UCDC(유나이티드 칼리지 댄싱 클럽) 형들이 나와서 허슬(hustle·디스코 댄스)을 추는데 멋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두 살 차이 나는 친형 쫓아다니면서 춤 배우고 중학생 땐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춤추고. 옛날에 대학생들이 나이트클럽에서 ‘고팅’이라는 미팅을 열었거든요. 준엽이와 저는 경기고 미술부였는데 선배들이 춤 한번 춰달라고 하면 춤 춰주고 콜라 한 잔 얻어먹고 그랬죠.”
-유튜브도 학원도 없었던 그 시절엔 어떻게 춤을 배웠나요.
“TV 보고 무작정 따라 했어요. 혼자 습득해서 춤 좋아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연습하고요. 대학로나 나이트클럽 이런 데서 실력 겨루면서 곁눈질로도 익혔습니다.”
클론 강원래와 구준엽. /강원래 인스타그램
강원래는 강남 8학군 출신이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 강남으로 이사 왔다. 논현초등학교, 언북중학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자신이 입학했을 당시 경기고는 ‘뺑뺑이’(평준화)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춤만 추는 강원래씨를 부모님과 선생님은 걱정했을 것 같은데.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셨어요. 어머니도 성적표를 보여달라거나 그런 말을 하신 적 없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있어요. ‘날라리 적성에 맞으면 날라리로 먹고살면 된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멋진 날라리가 되어라.’ 그래서 춤만 열심히 췄습니다.”
-가수를 꿈꿨겠네요.
“꿈도 없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춤만 췄다니까요. 대학생 때 이태원 클럽 댄스 대회에서 우승하고 그러니까 SM에서 캐스팅 제의가 왔어요. 그런데 준엽이가 꿈이 있었어요. ‘군대 가기 전에 한번 해보자’고 해서 1년 동안 SM에서 와와 1기로 활동했고 제대 후에 라인뮤직에서 안무가로 일하다 96년 클론으로 데뷔했어요.”
-와와는 무슨 뜻이죠?
당시 성재(듀스의 故김성재)가 ‘와우’란 말을 많이 썼어요. 멋지더라고요? 그래서 현진영과 와우로 지었다가 이수만씨가 “와우는 이상하니까 와와는 어때”라고 해서 현진영과 와와가 됐어요. 수만이 형은 그때부터 작명을 좋아했어요.”
앞줄 왼쪽부터 강원래, 김송, 구준엽. /강원래 인스타그램
클론 구준엽(왼쪽)과 강원래 21살 때. /강원래 인스타그램
◇ 우울증 극복 “세상에 굴복 안 해... 상황 바꿀 수 없다면 내 태도를 바꿔야”
강원래는 1990년 현진영과 와와 1기로 연예계 발을 들였다. 군 제대 후 1996년 구준엽과 ‘클론’으로 재데뷔해 초대박을 쳤다. ‘꿍따리샤바라’ ‘난’이 수록된 1집 ‘ARE YOU READY?’는 100만장 넘게 팔렸다. ‘도시 탈출’ ‘돌아와’ ‘초련’ 등 온 국민이 흥얼거릴 수 있는 히트곡도 여러 개 냈다.
그러나 2000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며 댄스 가수로서의 생명이 끊겼다. 2003년에는 연인 김송과 결혼했다. 사고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진 5년이 걸렸다. 재활 치료 동안 자신을 돌봐준 아내 김송을 위한 노래를 들고 2005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구준엽과 ‘내 사랑 송이’를 부르며 휠체어 안무를 선보였다.
2000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강원래씨 옆을 지킨 아내 김송씨. /김송 인스타그램
-하반신 마비로 우울증까지 왔었다고요. 다시 대중 앞에 나선 계기는 뭐였나요.
“내가 세상을 향해 웃어주면 세상은 나한테 배로 웃어주고, 내가 세상을 향해 짜증을 내면 세상은 나를 향해 배로 짜증을 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반신 마비로 입원 중일 때 어떤 분이 사인을 해달라고 찾아왔어요. 욕하면서 내쫓았죠. 그러니까 그 사람도 ‘병신 xx’라고 맞받아치더라고요. 이틀을 울었습니다. 그런데 퇴원 후에 태도를 바꿔 사진이나 사인 요청하면 흔쾌히 응해주니까 다들 ‘저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갖네’ 이렇게 칭찬해주더라고요. 세상에 굴복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 태도를 바꾸면 된다는 걸 느꼈어요.”
-‘내 사랑 송이’로 무대에 선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나요?
“러브레터 출연은 준엽이가 설득했어요. 준엽이도 많이 힘들었어요. 재활하는 동안 솔로로 활동하면서 ‘강원래는 하반신 마비인데 어떻게 혼자 솔로를 내냐’며 욕 많이 먹었죠. 이런 상황에서 대중에게 같이 무대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대를 마친 뒤 기분은 어땠는지.
“화장실 가서 변기 붙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눈물의 의미는 복합적이었어요. 당시엔 눈물이 왜 터진지도 몰랐는데,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보니 사고 후 참아 온 감정이 북받친 것 같아요. 내가 억지로 참고 있었구나, 튼튼한 척하고 있었구나.”
-짐칸이 된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석 없는 영화관 경험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뿐인데 기사화가 됐습니다. 의도치 않은 스피커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나요.
“할 말을 한 거고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정화원 의원(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고 대한민국 최초 시각 장애인 국회의원이 있는데 그분이 그러셨어요. ‘나는 강원래가 장애인이 돼서 너무 기쁘다. 우리가 백 마디 하는 것보다 강원래가 휠체어 타고 다니는 모습 한 번만 보여줘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인이 돼도 잘 산단 걸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
짐이 쌓여있는 장애인 화장실 칸에서 사진을 찍은 클론 강원래씨. /인스타그램
◇ “2026년은 클론 30주년… 대만서 준엽이와 공연하고파”
- 또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안무 저작권을 정립하고 싶어요. 몇 년 전 한 기업에서 꿍따리 샤바라 안무를 광고에 그대로 썼어요. 노래 만든 사람은 저작권을 인정받는데 안무가만 인정 못 받으니 한국안무저작권협회와 함께 항의했어요. 90년대에 제가 박미경, 김건모 안무를 짜 주면서 가장 많이 받은 돈이 300만원이었거든요. 딱 그만큼 받았어요. 안무가로서 저작권을 인정받은 첫 주인공이 된 거죠. K팝이 인기인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해요. 강남스타일의 말춤도, BTS(방탄소년단)도 춤이 있었으니 빌보드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봐요. 안무 저작권 필요성이 커질 거예요. K팝 댄스 용어도 우리말로 만들어야 되고요. 그래야 K팝 문화가 발전하고 안무가들도 표절 없이 더 참신한 안무를 만들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클론의 강원래와 구준엽이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조선일보DB
-클론으로서 활동 계획은요?
“내년이 클론 데뷔 30주년인데 대만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힘들 때 응원해 줬던 대만 친구들 앞에서 ‘꿍따리 샤바라’와 ‘빙빙빙’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에서도 조그맣게 공연을 열고 싶고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를 우리 입으로 팬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한번쯤 마무리를 하자는 말을 준엽이와 한 적은 있어요. 장기적인 목표는 클론 영화를 한 편 만드는 거예요. 그 친구도 저도 사연이 많으니까.”
- 구준엽씨와 얘기 나눴나요?
“예전에 ‘30주년에 공연을 하자’ 이런 얘긴 한 적 있어요. 지금 준엽이 귀에는 아무 말도 안 들려서... 구체적인 대화는 못 하고 있지만 그래도 꼭 하고 싶어요.” (구준엽은 옛 연인이자 대만 배우 쉬시위안(서희원)과 2022년 결혼했다. 그는 쉬시위안이 지난 2월 폐렴을 동반한 독감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대만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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