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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남극점 원정 당시 사진. 나침반이 고장 났다. 사방이 뻥 뚫렸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했다. /김영미 제공


(2024.11.15.금 / 운행 8일 차 / S81°00.06 W080°02.81)
계획상엔 일주일 안에 81도를 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스키에 붙인 스킨(스키 바닥에 탈부착하는 미끄럼 방지용 테이프)이 5일이나 떨어져 속도가 붙지 않아 8일이 걸렸다. 고기가 종이같이 질기고 버석하다. 특히 돼지고기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심하다. 아무리 릴게임손오공 준비를 잘해도 새로운 문제가 자꾸만 나아가려는 내 발목을 붙잡는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남극점 원정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위도 81도(1도는 111㎞)를 넘기 전부터 고비를 맞았다. ‘내가 너무 남극을 만만하게 봤구나. 너무 큰 꿈과 욕심을 부린 것 같다’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피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 혼란스 릴게임하는법 러워 머리가 지끈거렸다. 위도 80도인 허큘리스 인렛 출발 2일 만에 고작 33㎞를 걷고 나침반이 고장 났다. 여분까지 나침반은 2개가 있었지만, 관리 소홀로 플라스틱 나침반은 쉽게 조각나 버렸다. 3일째부터 새로운 나침반을 꺼냈는데 둘 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남극 전용 나침반이다. 여분의 나침반은 방위각의 오차를 보였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진행 방향으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로 5㎞를 걸었는데 GPS를 확인할 땐 경로에서 벗어나 3㎞ 지점 근처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확인할 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반부터 블리자드를 동반한 화이트 아웃이 왔다. 오로지 나침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화이트 아웃으로 해시계조차 계산할 수 없었다. 체중의 두 배에 가까운 113㎏의 썰매를 당기느라 과한 힘을 쓰다 보니 승모 골드몽게임 근이 단단해졌다. 목 디스크처럼 잘 때도 목덜미가 뻣뻣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스키로 눈을 더듬듯 걸었다. 사스투르기의 눈턱에 스키가 걸려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온 힘을 쏟는데도 4일 내내 종일 걸어봤자 시속 1㎞밖에 나지 않았다. 한 시간에 1㎞를 걷는데 느린 걸음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줄 처음 알았다. 나침반이 고장 난 셋째 날은 8시간 오징어릴게임 동안 겨우 10㎞를 걸었다. 그 후로도 사흘 동안 하루 평균 10㎞밖에 걷지 못했다. 방향을 의심하면서도 계속 앞을 향해 걷는 게 최선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포기하는 마음이 들까 봐 무서웠다. 스키도 남극점 방향을 향해 벗었다. 이곳을 벗어나는 탈출로는 오로지 남쪽뿐이라고 중얼거렸다.
온 사방에 아무것도 막힌 게 없는데 방향을 알 수 없다는 공포는 목소리조차 닫았다. 허공에 고함을 치고 싶은데 가위에 눌린 것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숨을 헉헉거리며 걷는데도 계속 심장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뻐근하게 굳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몸이 결박당한 듯한 압박이 느껴졌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불쾌한 감각이 자극받는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계속 제자리만 걷고 있는 기분이다.
7일 차에 날씨가 맑아지고 방위각이 약 20도 오차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드디어 독도(讀圖)가 정확해졌다. 하루에 20㎞ 가까이 이동이 가능해졌다. 10일 차에 겨우 81도를 넘었다. 기쁨은 잠시, 또 다른 걱정이 밀려왔다. 전체 50일 치 식량으로 직선 거리 1130㎞를 가야 한다. 하지만 겨우 130㎞를 걷는 데 전체 식량의 20%인 10일 치를 써버렸다. 40일 치의 식량으로 1000㎞를 넘게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루 25㎞씩 정직하게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걸어야 했다. 하루도 쉴 수 없는,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무너지면 끝이다. 한 시간씩 더 걷기로 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선 잠을 줄여 시간을 갈아 넣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처럼 2022년에도 81도의 관문을 통과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그땐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았다. 그런데 2024년 남극 횡단에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인 최초로 남극 대륙을 단독 횡단한 산악인 김영미의 ‘남극, 끝까지 한 걸음’을 격주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