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서울 바람은 매섭지만, 머릿속은 이미 뜨거운 사막의 도시에 가 있다.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 때문이다. 이제 CES를 단순한 신제품 전시회로 부르는 사람은 드물다. 이곳은 전 세계 기업들이 기술의 표준과 생태계 주도권을 놓고 격돌하는 거대한 투기장이자, 미래 산업의 나침반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래서 CES는 늘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이 새로 나왔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끝까지 살아남겠느냐"고 말이다.
최근 CES의 풍경을 바꿔놓은 핵심 변수는 단연 AI다. 이제 AI는 제품에 덧붙이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의 구동 방 바다이야기합법 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엔진이 되었다. 그 결과 전시장 안의 대화도 달라졌다. "얼마나 똑똑한가"를 묻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어떻게 굴러가는가"가 핵심이다. 누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관리할 것인가? 데이터는 어떻게 쓰이고, 사고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이제는 이런 현실적인 질문들이 기술의 화려함을 압도한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승부는 단순한 스펙이 아 알라딘게임 니라, 현실의 촘촘한 제약을 뚫고 나가는 '설계의 힘'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번 글의 제목을 '화려한 조명 너머, AI에 던지는 차가운 질문'이라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올해 주목할 변화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부상이다. 모니터 속 언어 모델에 머무는 AI가 아니라, 로봇과 모빌리티, 제조 현장의 설 뽀빠이릴게임 비처럼 물리적 실체를 입고 현실을 움직이는 AI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제 피지컬 AI는 단순한 구호로 버틸 수 없다. 소프트웨어의 오류는 화면에서 멈추지만, 몸을 가진 AI의 오류는 현장에서 멈추고 물리적으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지컬 AI의 각축전은 훨씬 더 흥미롭고 냉정하다.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 "가능하다"는 선언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한국릴게임 수준의 신뢰로 책임을 지는가"라는 설명이 더 절실해지는 까닭이다.
오랜만에 필자도 직접 라스베이거스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보고서나 영상으로 흐름을 읽는 것과, 기업들이 현장의 날카로운 질문 앞에서 어떤 표정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증명해 내는지 목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특히 이번에는 마음AI, 스페이스뱅크 등 평소 판교에서 자주 릴게임손오공 교류하던 기업들의 부스도 방문할 계획이다. 판교에서 익숙했던 기술들이 세계 무대의 낯선 질문들 앞에 섰을 때, 중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설득이다. 그리고 그 설득력은 준비의 밀도와 실행의 자신감에서 나온다. 'K-테크의 위상'은 숫자가 아니라, 질문을 견디는 태도에서 비로소 증명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故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일화가 떠오른다. 투박한 외침보다 본질적인 교훈은 결국 '현장'과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이었다. 방향은 크게 잡되 승부는 사용자의 손끝,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갈린다는 믿음. 피지컬 AI 시대로 갈수록 이 교훈은 더욱 단단한 기준이 된다. 기술이 똑똑해질수록 우리는 더 냉정하게 묻게 된다. "이 기술은 현장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는가, 그리고 책임질 수 있는가."
이번 참관은 내년부터 집중할 벤처경영학 연구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 아이디어가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격과 경로로 시장에 침투하며, 규제의 벽을 넘어 운영의 체력으로 버텨내는지가 관건이다. 시장 적합성, 파트너십, 비용 구조, 고객 경험 등은 멀리 돌아가는 이야기 같지만, 결국 '생존'이라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주변 스타트업들과 나누고 싶다. 책상 위 이론이 사막의 현장에서 어떻게 부딪히고 증명되는지, 그 치열한 분투기를 가감 없이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지금도 각자의 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창업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실전 지침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긴 비행시간을 채워줄 책으로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골랐다. 강자는 약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방식대로 너무 합리적으로 움직이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역설. CES라는 거대한 각축전에서 화려한 조명에 눈멀지 않고, 차가운 질문이 향하는 곳을 읽어내는 데 이보다 좋은 길잡이는 없을 것이다. 미래는 멋진 기술 한 줄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에 남는 것은 모두의 질문을 통과한 '실행'뿐이다.

출국을 앞두고 메모장에 한 줄을 적었다. "상상은 시작일 뿐, 미래는 책임 있는 실행으로 완성된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담아올 많은 기록들이 주변 기업들에게 막연한 희망 대신 현실의 벽을 넘는 단단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