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싱어송라이터 백아가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원영(데이문) 제공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인디(Indie)는 ‘독립적인’을 의미하는 영단어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줄임말로, 거대한 통제 체계의 영향에서 벗어난 창작자와 창작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인다. 영화·음반·출판물·게임 등 인디를 표방하는 많은 창작물이 있는데, 그중 음반이 대중에게 익숙한 편이다. 크
세력연구 라잉넛, 델리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국카스텐, 브로콜리 너마저, 십센치 등 여러 인디 음악인이 메이저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인디 음악과 메이저 음악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졌고, 대형 기획사와 교류하며 영향력을 확장하는 인디 레이블도 생겼다. 제작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던 인
코스피매매 디는 이제 메이저와 구분되는 음악적 태도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음악적 태도는 물론 제작 방식까지 본래 인디의 의미에 가까운 활동을 하는 음악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싱어송라이터 백아도 그런 음악인 중 한명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백아를 만났다. 함께하는 밴드 멤버들과 곧 있
파생증권 을 경희대학교 경영대·정경대 연합축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던 그는 밝은 표정으로 공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학 축제 무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무대 중 하나예요. 일단 많은 관객이 모이잖아요. 그들이 현장에 모여 뿜어내는 건강한 기운이 제게도 큰 힘을 줘요. 앞으로도 더 많은 대학 축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부드럽고
2011년주식전망 고운 결의 멜로디를 들려주는 포크 장르 음악에 서정시를 방불케 하는 섬세한 가사, 그리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담백한 목소리. 백아는 짧고 자극적인 쇼트폼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세상에 대세를 거스르는 음악을 선보이며 천천히 이름을 알려온 싱어송라이터다. 특히 2018년에 발표한 데뷔곡 ‘테두리’가 채널에이(A)의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 시즌2의 배경음악으
이연제약 주식 로 나오고, 엔믹스의 오해원, 아이브의 리즈, 케플러의 서영은 등 여러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그의 노래 ‘첫사랑’ 커버 영상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자기 노래에 귀 기울인 이유로 진심을 꼽았다.
“제 노래는 다른 장르의 노래보다 듣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진심으로 노래를 만들면 통한다고 믿으며 저를 설득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노래라면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과거에 발표한 노래가 시차를 두고 새로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기회를 물고 올 때마다 놀라워요. 매일 발표되는 수많은 노래 중에서 제 노래를 발견해주신 분들께 감사해요.”
진심은 내게도 시차를 두고 통했다. 2021년 가을, 속초에서 새로운 장편소설 초고를 쓰며 음원 사이트에서 습관처럼 새로운 음반을 챙겨 듣다가 백아의 첫 정규음반 ‘우주선’을 만났다. 훌륭한 가사에 감탄했고 노래를 들으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놀랐다. 그때부터 나는 그가 내놓았던 음반을 역순으로 하나하나 찾아 들었다. 그가 2020년에 싱글로 발표했던 ‘시간을 되돌리면’은 내가 2022년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을 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만드는 영감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먼저 그가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의 시선은 어린 시절로 향했다.
“7살 때의 일이에요. 부모님께서 제게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학원에 보내줄 테니 말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때 마침 제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이희아님의 연주를 텔레비전으로 보고 빠져들었거든요. 피아노가 뭔지 몰라도 꼭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학원에서 제가 가장 어린 수강생이었는데, 그게 기특했는지 선생님께선 저를 애지중지하며 키우듯이 다루셨죠. 덕분에 기초부터 탄탄하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어요.”
백아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꾸준히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클래식을 연주했다. 그랬던 그가 대중음악을 해야겠다며 진로를 바꾼 계기는 온전한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클래식 연주가 더는 즐겁지 않았어요. 제가 아무리 훌륭한 클래식을 연주해도 결국 남이 만든 곡을 연주하는 거잖아요. 제가 만든 곡을 담은 악보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때 제가 즐겨 듣던 그룹 비원에이포(B1A4)의 노래를 선생님께 들려드리면서 물었죠. 이런 노래를 만들려면 뭘 배워야 하느냐고 말이죠. 그래서 오랫동안 다닌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했어요.”
백아가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이 건반 위에 놓여 있다. 백아 제공
백아는 실용음악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그곳에서도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막연히 좋아하는 음악을 길게 하고 싶은 마음에 실용음악학 전공을 선택했는데, 대학에 와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주류와는 거리가 멂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웠죠.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은 생각조차 안 해봤거든요. 고민 끝에 일단 내가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누가 들어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 각오를 다질 가장 좋은 방법은 세상에 제가 만든 노래를 발표하는 일이었어요. 노래는 한번 세상에 내놓으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만든 노래가 ‘테두리’였어요. 하지만 음원을 공개하던 날엔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그날에도 저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학원에 출근하던 중이었거든요.”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후에 벌어진 일은 미약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빛으로 표현하고, 자신은 그 빛을 반사하는 존재로 주위를 맴돌며 곁에 머물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조차 아껴서 표현하는 가사가 애틋한 ‘테두리’는 천천히 스며들듯 입소문을 탔다. 이후 발표한 여러 싱글과 이피(EP)들도 시차를 두고 조금씩 역주행해 입소문을 더했다. 입소문은 느리지만 확실했다. 몇 명만 들어와도 꽉 차는 작은 북카페로 시작했던 공연장 규모는 이제 수백석 공간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불어났다. 공연할 때마다 순식간에 티켓이 매진돼 예매에 ‘광클’(마우스 버튼을 빠르게 클릭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은어)은 필수가 됐다.
“청춘에게 가장 소중한 감정은 사랑이기에 그만큼 이별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인연이 모두 사랑으로 이뤄지진 않아요. 정말 좋은 사람을 보면 욕심내기보다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고요.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랑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에선 그런 감정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제 노래에도 그런 마음을 담으려고 하는데, 그 마음이 팬들에게도 통하지 않았나 싶어요.”
소속사가 없는 백아에겐 음악 창작은 물론 음반 제작, 공연장 섭외, 홍보, 수익 정산, 세금 계산 등 가욋일도 모두 본인의 몫이다. 힘에 부치지만, 이 또한 그에겐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싱어송라이터 백아가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원영(데이문) 제공
“사실 많이 힘들죠. 잠시 소속사에 적을 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음악 외 업무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편했어요. 여럿이 머리를 맞대니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고요.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머리를 이길 순 없더라고요. 하지만 소속사가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려면 제가 얼마나 많은 행사를 뛰어야 하는지 짐작이 되니까 잠을 편하게 못 잤어요. 몸이 고돼도 제가 모든 걸 투자하고 제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백아는 오랫동안 음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습관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꼽았다. 그는 작업실을 집에 마련해뒀는데, 아무리 집이어도 늘 출근한다는 자세로 작업실로 향한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씻고 복장을 갖춰 입은 뒤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절대 엉망인 모습으로 작업실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새벽 4시쯤 잠들어서 아침 8시에 일어나요.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늦게 일어나진 않아요. 저도 음악이라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일로 만나는 사람 중엔 직장인이 많아서, 저도 그들과 같은 시간에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공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에 맞춰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게 제가 배운 사회의 규칙이에요.”
백아는 자기가 만든 창작물의 권리를 철저하게 지키려는 노력 또한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그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는 데에만 급급해 계약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가 나중에 난처한 상황에 놓여 창작에 환멸을 느끼던 신인 작가를 여럿 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인 음악인, 특히 홀로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이라면 기회로 보이는 제안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더 쉽지 않을 테다. 그는 창작물 권리 보호는 자기뿐만 아니라 동료 음악인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제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이득을 취하려는 기획사들이 있었어요. 제 앨범에 자기네 기획사 이름이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홍보이고 영광이라고. 제가 어려서 이 바닥을 잘 모른다며 가르치려 들고. 그럴 때마다 기분이 복잡해졌어요. 제게 이런 제안을 한다는 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동료 음악인이 많았다는 의미니까요. 저는 제 노래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에게 넘길 수 없어요. 그게 좋은 기회로 보일지라도 말이죠.”
내가 지금까지 만난 여러 예술인에게서 느낀 공통의 정서는 자유로움과 불안이었다. ‘나인 투 식스’라는 보통 사람의 삶에서 벗어나 있지만, 자신의 창작물이 존중받지 못하고 사회가 말하는 성공에 이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고민에선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테다. 반면 백아에게선 단단하고 안정된 정서가 느껴져 신선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더 신선했다.
“학창 시절에 너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잖아요. 그 질문에 제 친구가 했던 대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 나중에 뭘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 성적에 발목 잡혀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성적을 관리하고 있다더라고요. 저는 건강하게 오래 음악을 하고 싶은 게 꿈인데, 그게 먼 훗날에도 가능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상을 반듯하고 알차게 보내려고 해요. 자유와 방종을 착각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허투루 보낸 일상에 발목을 잡히지 않게.”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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