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8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하순 발표합니다.




염승숙 소설가. 문학과지성사 제공


언뜻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듯 보이지만 팬데믹이 남긴 상흔은 사회 곳곳에 얼룩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상흔의 원인을 팬데믹에 온전히 귀속시킨다면 아무리 말 못 하는 코로나바이러스라 하더라도 적잖이 억울할 것 같다. 그 상처는공모주펀드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새롭게 가져온 재앙이라기보다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가 오래 앓고 있던 병증과 결합하여 그것을 돋을새김한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염승숙 소설집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은 낯선 바이러스와 익숙한 사회의 모순이 결합하여 폭발하는 양상을 건조하고 서늘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창공릴게임
저마다의 소중한 꿈과 염원을 지니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 꿈은 번번이 좌절된다. 그들이 너무 큰 걸 바랐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모욕과 냉대가 아닌 존중과 보람이 제공되는 일터, 안전하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제도, 단란한 가족이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 타자에 대한 신경증적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꿈꾸었을 뿐이다. 그 작지만 소중최신릴게임
한 꿈과 그것이 좌절되는 국면을 이 소설은 느슨하게 연결된 여섯 편의 작품을 통해 선명하게 제시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축한 그 연결고리는 팬데믹 국면을 함께 통과했던 동료 시민들의 공통감각을 환기함과 동시에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한국 사회의 병폐와 모순에 우리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된 존재라는 사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인프라웨어


염승숙의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


이 소설집은 우리가 팬데믹 이전에도 생존의 터전을 사수하기 위해 눈앞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부당함과 모순, 악의와 혐오에 대해 "예민하게 굴 일이 아니다, 화를 낼 일이 아니다, 항의할 일이 아니다…‥"라며 성투채팅방
자신을 달래왔으며 팬데믹은 단지 그런 개인들의 선택이 모여 지금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었음을 드러낸 계기였을 따름임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감내했던 그 선택들은(하지만 그것을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결국 화를 억누른 스스로를 향해 복수처럼 귀환할 뿐이다. 그 재귀성의 굴레를 희미하게나마 인식하고 있어서일까. 염승숙의 인물들은 함부로 "대책 없는 낙관과 무방비한 희망"의 편에 서지 않는다. 책의 제목이 가리키듯 '이미 모든 것이 일어난 미래'라는 관념 속에서 미래는 더 이상 긍정적인 가능성의 처소이기 어렵다. 이 잿빛의 전망 속에서 우리는 시시각각 우리를 파고드는 미래를 어떻게 체험하게 될 것인가? 염승숙의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런 까다로운 물음도 남긴다.



제58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진출작.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영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