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주자들은 거장들의 명반 앞에 주눅 들기보단 자신만의 색과 서사를 담은 앨범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올라프손 ‘Opus109-베토벤, 바흐, 슈베르트’ 앨범.
2025년은 라벨 탄생 150주년. 2027년은 베토벤 서거 200주년. 클래식의 시계는 기본 수백 년 전부터 시작된다. 많은 거장들의 ‘명반’이 차곡차곡 쌓였다. 이 덕분에 현대의 젊은 연주자들로선 제아무리 훌륭한 연주를 담은 음반이라 해도 전설적인 대가들을 넘어 크게 주목받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들은 ‘큐레이션’에 큰 공을 들인다. 콘텐츠를
야마토게임예시 차별화할 수 있고, 청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헤매다 답을 발견한 것. 실제로 최근 곡과 곡을 잇는 스토리를 발굴해 감성의 영역으로 포장하는 능력이 음반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
이 분야 강자로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41)을 꼽을 수 있다. 올라프손은 지난 21일 새 음반 ‘Opus 109-베토벤, 바흐, 슈베르트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를 발매했다.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중 하나인 30번 E장조(Opus 109)를 중심에 놓고 바흐(E장조 프렐류드·E장조의 사라반드)와 슈베르트(피아노 소나타 E단조 D.566) 등을 앞뒤로 배치, 세 작곡가의 곡이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E’(마)라는 하나의 조성 안에서 마치 하나의 곡처럼 흐른다. 올라프손은 “곡들이 녹색의 스펙트럼을 이룬다”며 색청(
릴게임골드몽 色聽) 아티스트답게 설명했다.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올라프손은 음악을 ‘감성’으로 즐기는 사람들에게 적중해왔다”며 “요즘 클래식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공연이든 음반이든 단순하게 한 작곡가의 곡을 나열한 것에는 흥미를 잘 못 느끼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올라프손은 2021년엔 음반과 음반끼리도 선별하고 새롭게 묶어
뽀빠이릴게임 내 상품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필립 글래스’ ‘바흐’ ‘드뷔시&라모’ 정규앨범 3장을 모아 ‘TRIAD’(3화음)라는 묶음집을 냈다. 차갑고 청량한 느낌을 지닌 곡들을 묶어내면서 앨범 표지도 투명한 수정의 이미지로 통일해 ‘시원하게 듣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서사로 ‘패키징’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 “색다른 큐레이션으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도
릴게임온라인 널리 알리고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곤 한다”고 평가했다.
한 작곡가의 곡이더라도 그 안에서 하나의 주제로 응집되는 곡들만 뽑아내는 사례도 있다. 10월 발매된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4)의 ‘차이콥스키’가 대표적이다. 어린이를 위한 앨범, 피아노 소나타 C#단조, 주제와 변주곡 F장조 등 피아노 독주곡 중에서 ‘유년기와 어머니, 가족’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작품을 따로 모은 것.
황장원 평론가는 “올라프손의 연주가 마니악하다면 트리포노프는 보편적으로 즐길 만하다”며 “스스로 작곡도 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연주자”라고 언급했다.
한국 연주자들 가운데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39)이 큐레이션을 잘하는 연주자로 꼽힌다. 황 평론가는 “손열음은 뚜렷한 콘셉트를 잡고 연주회를 여는데, 대관령 국제음악제 감독도 역임했다 보니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독주와 실내악을 섞은 공연도 기획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양인모 ‘현의 유전학’ 앨범.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영역에서도 가능한 전략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30)의 두 번째 앨범 ‘현의 유전학’(2021)을 꼽을 수 있다. 트랙리스트는 중세 시대 음악가인 힐데가르트 폰 빙엔부터 현대작곡가 살바토레 시아리노까지 아우른다. 양인모는 당시 “양의 창자를 주재료로 쓰던 옛 현이 금속인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담았다”며 “데뷔앨범 이후 저만의 방향성을 찾고 싶었고, 저만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이런 음반은 팬들한테는 소장가치가 생기고, 스트리밍으로 듣는 사람들에게도 확실히 주목도가 올라간다”며 “혹자는 이런 큐레이션이 작위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결국 들어서 좋으면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꿔말하면 아무리 그럴듯하게 엮어놔도 연주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소구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조회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