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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를 넣어 만든 러시아 수프 ‘보르시’는 한국의 곰탕이나 쇠고기뭇국과 비슷한 맛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는 연극계에서 교과서 같은 인물이다. 대표작 ‘바냐 아저씨’는 무대 연기나 희곡을 배우는 사람에게 기본 코스로 꼽힌다. 칸영화제 각본상을 탄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연극 연출가인 주인공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체호프는 몰락해가는 러시아 제국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담하고도 애정 어린 시각으로 그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려낸다. 농노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교육을 받은 흔치 않은 성장 배경은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짐작하게 한다.
체호프의 부친은 러시아 남서부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잡화상을 운영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체호프는 고학 끝에 의대에 진학했고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생계를 잇기 위해 하던 일 중 하나가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신천지릴게임 것이었다. 이후 그의 실력을 알아본 한 대학교수가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하자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짧은 단편과 희곡으로 출발한 그의 문학세계는 점점 깊이와 원숙미를 더해갔다. 젊은 나이에 명성을 얻게 된 그는 허세를 싫어하며 특정 사상이나 정파에 휘말리는 것을 거부해 냉소적이라는 뒷말도 종종 들었다.
그런데 바다이야기룰 단편집 ‘어리석은 프랑스인’을 보면 의외로 소탈한 체호프의 면모가 드러난다. 프랑스인 서커스 단원 앙리 푸르쿠아는 모스크바로 공연을 왔다가 아침을 간단히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다. 수프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옆에서 한 신사가 메밀 팬케이크 ‘블리니’에 캐비아(철갑상어알)를 듬뿍 얹어 5장을 단숨에 해치운다. 그것도 모자라 말린 생선과 연어를 추가 주문하고 바다이야기비밀코드 보드카까지 곁들이자 푸르쿠아가 놀라며 신사를 걱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음식을 소재로 삼은 이 단편집에는 러시아 서민과 지식인층이 주로 먹던 메뉴들이 등장한다. 척박한 러시아에서는 밀이 귀해 메밀을 재배했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독한 보드카와 기름진 음식을 곁들였다. 수프 같은 따뜻한 국물 요리도 발달했는데, 러시아 하면 생각나는 수프가 릴게임모바일 ‘보르시’다. 비트를 넣어 만든 새빨간 보르시에 러시아식 사워크림 ‘스메타나’를 얹으면 딸기우유처럼 보인다. 처음 보는 이에겐 꽤 충격적이지만 막상 맛을 보면 한국의 곰탕이나 쇠고기뭇국과 비슷하다. 소뼈 육수에 각종 뿌리채소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비트는 사탕무의 일종으로 무나 순무보다 단맛이 강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우크라이나가 기원인 보르시는 지역별로 쓰는 재료가 조금씩 다른데 공통으로 비트·당근·양배추·토마토·감자가 들어간다. 이 가운데 붉은빛을 내는 비트는 ‘혈관 청소부’라는 별명으로 최근 주목받는 건강식이다. 사탕무의 일종으로 무나 순무보다 단맛이 강하다.
비트에는 철분·칼륨·비타민A·베타시아닌이 풍부하고 해독 효과가 있다. 혈압이나 장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16세기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국내에선 제주부터 강원까지 전국에서 나고 재배면적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선명한 붉은색, 아작한 식감 덕에 피클·샐러드·물김치 등 여러 요리에 활용된다.
서양 동화 중에 거대한 비트 이야기도 있다. 한 노부부가 채소를 수확하는데 마지막 남은 비트 하나가 아무리 애를 써도 뽑히지 않았다. 어린 손녀가 힘을 보탰지만 꿈쩍하지 않자 기르던 개와 고양이, 텃밭에 숨은 쥐까지 가세해 집채만 한 비트를 간신히 캐낼 수 있었다. 할머니가 이 비트를 정성껏 요리해 모두를 먹였다는 결말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세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