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을 맞아 “안전한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입법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 보장과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인데, 지난해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에서는 본인의 이름을 뺄 것을 요청하는 등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던 터라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안창호 위원장은 28일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을 맞아 성명을 내어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 예금이자율 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조화로운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기존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으나, 정부와 국회는 아직도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세계적으로 100여개 가까운 나라가 안전한 임신중지의 방법으로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는 임신중지 약물조차 국내에 도입 현금서비스이자율계산 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 제한과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임신중지 약물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은 모든 사람의 안전한 임신 중지 접근성을 보장하고 임신중지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종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에도 이날을 앞두고 “보건복지 리드코프 부 장관 등은 입법 공백으로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관련 의약품을 도입하라”는 내용을 담은 정책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안 위원장의 낸 성명과 비슷한 내용으로, 당시엔 차별시정위원회(차별소위)가 진정 사건 조사 뒤 의결한 내용이었다. 안 위원장도 올해 성명에서 이를 인용하며 “인권위는 20 공모주 24년 임신 주수 등에 따른 제한을 최소화하고 WHO 필수의약품인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는 등 안전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같은 권고를 상기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을 위한 실질적 성교육과 국가의 사회적 책임 강화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3년 4월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가는 임신중지를 건강권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지만 지난해 안창호 위원장은 정책권고안 결정문에 대해 올해와 정반대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안위원장은 보수기독교계 입장에서 임신중지권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지녀온 거로 알려졌다. 당시 차별소위 위원장을 맡아 이 결정문을 작성한 남규선 전 상임위원은 한겨레에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에 맞춰 결정문을 작성하고 준비한 보도자료에 대해 안 위원장이 펜으로 서너 군데 줄을 그으며 트집을 잡더니 어쩔 수 없이 배포를 허가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빼라고 했다”며 “보도자료에서 위원장 이름이 빠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26일 발표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정책 부재는 여성인권 침해’ 보도자료에는 안창호 위원장 이름이 빠져 있다. 통상 소위원회 의결 내용 등을 비롯한 모든 인권위 보도자료에는 위원장 이름이 실린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 생각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임신중지를 반대해온)개인의 입장이 바뀔 리는 없다고 본다”며 “오는 10월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간리 특별심사 인터뷰를 앞두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다른 결정을 했다는 명분을 쌓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심사를 통해 간리 승인소위(SCA) 사무국은 한국 인권위의 현 에이(A) 등급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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