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강국 튀르키예. 사관학교 개혁은 단일 사관학교가 아니라 상위 행정적 통합만 했지 각 사관학교는 기존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AI 그림
조선일보 9월 4일 자 ‘사관학교 통합해본 튀르키예’를 읽었다. 기사는 2016년 쿠데타 미수 이후 튀르키예가 대대적인 군 개혁을 단행했고, 그 과정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가 국방대학교 체제로 ‘통합’됐다고 소개했다.
?튀르키에는 48만 병력을 보유한 세계 9위의 군사강국이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다. 6·25 전쟁 시 우리를 도운 혈맹이기도 하다. 기사를 보고 혹여나 통합론자들이 튀르키예 사례를 인용하는 우를 범할까 우려돼 튀르키예의 국군사관학교 행정적 통합 추진 과정과 각 사관학교가 현 위치에 그대로 유지돼 있는 상황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글의 결론은 우리 정부가 사관학교 통합을 성급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기사 제목부터 바로잡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튀르키예는 우리 정부가 지금 추진하려는 방식으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튀르키예의 현재 제도를 정확히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다. 튀르키예는 하나의 국방대학교라는 행정적·학문적 울타리를 만들었지만,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는 각자의 이름과 캠퍼스, 교육체계와 군별 전문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대학교(Milli Savunma Universitesi)의 공식 연혁에도 2016년 국방대학교 설립 이후 그 산하에 육군사관학교(Kara Harp Okulu), 해군사관학교(Deniz Harp Okulu), 공군사관학교(Hava Harp Okulu)를 각각 두었다고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MSU)
?이것을 한국에서 논의되는 ‘국군사관학교’와 같은 제도라고 부를 수 있을까?
튀르키예 육군사관학교는 국군사관학교 상위 행정적 통합 후에도 수도 앙카라에서 그대로 있으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AI 그림
?첫째, 세 사관학교는 지금도 서로 다른 곳에 있다.
?현재 튀르키예 육군사관학교는 수도 앙카라에 있다. 해군사관학교는 바다에 접한 이스탄불 투즐라에 있고, 공군사관학교는 비행교육 여건을 갖춘 이스탄불 예실유르트에 있다. 세 학교를 한 지역, 한 캠퍼스로 모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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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는 왜 그랬겠는가. 육군 장교는 지상전 환경에서 길러져야 하고, 해군 장교는 바다와 함정에서 성장해야 하며, 공군 장교는 항공작전과 비행환경 속에서 양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군사관학교가 투즐라의 해안에 위치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도 생도들은 함정을 타고 공개해상훈련과 고등해양훈련을 실시한다. 2026년에도 해사 생도들은 TCG 오스만가지함을 이용해 한 달간 공개해상훈련을 실시했다.
?공군사관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2026년에도 별도의 ‘학생 선발 비행’을 실시했다. 공군 장교 교육의 특수성을 학교 단계부터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육·해·공군 생도를 자운대 한곳에 모아 4년을 함께 교육하려는 우리의 ‘단일 국군사관학교’와 같은 제도인가.
튀르키예 해군사관학교는 국군사관학교 행정적 통합 후에도 바다가 있는 이스탄불 투즐라에 그대로 있으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병설 예비역 ?령 AI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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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통합’된 것은 학교가 아니라 상부 관리체계다
?2016년 튀르키예가 한 것은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군사교육기관의 상위 행정체계 통합이다.
?국방부 산하에 국방대학교라는 우산 조직을 만들고 그 아래 육·해·공군사관학교와 각 군 부사관학교, 대학원급 교육기관 등을 편제했다.
?대학으로 비유하자면 하나의 대학 본부 밑에 여러 단과대학이나 별도의 교육기관을 둔 것에 가깝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각 사관학교의 독립적 실체다.
?튀르키예 국방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금도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가 각각 별도의 학교로 소개돼 있다. 교육과정과 학과, 학교생활, 졸업 후 진로도 따로 안내한다.
?해군사관학교에는 해양·군사과학을 비롯해 조선·해양 및 각종 공학 교육체계가 별도로 존재한다.
?이것은 ‘군별 전문성을 없앤 통합교육’이 아니다. 행정은 묶었지만 교육은 군별로 살려놓은 것이다. 바로 이 차이가 중요하다.
?셋째, 쿠데타와 사관학교 통합의 인과관계도 신중해야 한다
?기사에서는 튀르키예군의 강한 결속과 정치 개입의 역사를 설명한 뒤 2016년 쿠데타 미수와 군사교육 개혁을 연결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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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직후 튀르키예가 군사교육체계를 개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육·해·공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쳐야 쿠데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튀르키예 정부조차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튀르키예는 쿠데타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고도 육군사관학교를 없애지 않았다. 해군사관학교도 없애지 않았고 공군사관학교도 없애지 않았다. 세 학교를 한곳으로 모으지도 않았다.
?오히려 각 군 사관학교의 정체성과 전문교육체계를 유지하면서 상위 통제구조를 국방부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 사실 자체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각 군 사관학교의 독립적 교육체계 유지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튀르키예 공군사관학교는 국군사관학교 행정적 통합 후에도 비행장이 있는 이스탄불 예실유르트에 그대로 있으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AI 그림
?넷째, 튀르키예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오히려 ‘분리 유지’다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사관학교 통합 논리는 합동성 강화, 인구 감소, 교육 효율화, 미래전 대비 등이다. 그 목적 가운데 상당수는 필요하다. 그러나 목적에 동의한다고 해서 반드시 각군 사관학교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합동교육을 확대할 수 있다. 공동 교과과정을 만들 수 있다. 교수와 시설을 공유할 수도 있다. 생도 교환교육과 합동훈련을 크게 늘릴 수도 있다. 국방대학교와 같은 상위 교육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존속시킨 상태에서도 가능하다. 튀르키예가 바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한 걸음이 아니라 몇 걸음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육·해·공사를 그대로 둔 채 행정·교육협력을 강화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처음부터 세 학교의 독립체제를 없애 하나의 국군사관학교를 만들려 한다.
?더구나 육군은 육지에서, 해군은 바다에서, 공군은 비행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너무나 기본적인 군사교육 원칙마저 뒤로하고 한 지역에 모든 생도를 모으려 한다. 이것은 튀르키예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모험적인 실험이다.
?다섯째, 기사 제목은 ‘사관학교 통합해본 튀르키예’가 아니라 ‘사관학교를 분리 유지한 튀르키예’가 더 정확하다
?물론 해당 기사는 마지막 부분에서 중요한 지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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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개혁도 졸속이라는 비판과 여러 부작용을 낳았으며, 한국의 경우에는 단기간에 밀어붙여야 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3사의 물리적 통합이 왜 필요한지부터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는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확해야 한다. 튀르키예는 ‘3사의 물리적 통합’을 하지 않았다.
?국방대학교라는 하나의 지붕 아래 3군사관학교를 두었을 뿐 육군사관학교는 육군사관학교로, 해군사관학교는 해군사관학교로, 공군사관학교는 공군사관학교로 그대로 살아 있다. 각자의 교정에서 각자의 군복을 입고, 각 군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2016년 개혁 이후 10년이 지난 2026년에도 세 학교의 이름은 그대로다.
?그렇다면 튀르키예 사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
“튀르키예도 통합했으니 우리도 통합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쿠데타까지 겪은 튀르키예도 왜 육·해·공군사관학교 자체는 없애지 않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교수 .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답은 어렵지 않다. 육군과 해군과 공군은 전쟁을 수행하는 공간과 무기체계가 다르고, 요구되는 전문성과 군사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합동성은 이러한 전문성을 없앰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군의 강한 전문성을 토대로 서로 결합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
?따라서 튀르키예 사례를 제대로 연구한다면 결론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하나의 국방교육체계 아래에서도 육·해·공군사관학교는 얼마든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튀르키예가 이미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외국 사례의 ‘통합’이라는 단어 하나를 가져와 정책의 명분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화랑대와 충무대, 성무대가 왜 서로 다른 터전에서 수십 년 동안 각 군의 장교를 길러왔는지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합동은 필요하다. 그러나 합동을 위해 각 군을 지워서는 안 된다.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나라조차 하지 않은 일을 ‘외국도 한다’는 이름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튀르키예는 세 사관학교를 없애지 않았다. 그 사실부터 바로잡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교수
’가 각각 별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