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사 프레데릭 앙통이 자신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쥘베른’이 있는 에펠탑 2층을 가리키고 있다. 조리복 옷깃의 파랑·하양·빨강 삼색은 프랑스 최고 조리 명장(MOF)의 상징이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프레데릭 앙통(Anton·61)은 1906년 문 연 유서 깊은 파리 레스토랑 ‘프레카틀란’을 18년째 미쉐린 3스타로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 요리사다. 세계 미식의 수도 파리에서도 미쉐린 최고 영예인 별 셋을 획득한 식당은 열 곳에 불과하다.
파리 에펠탑 2층에 있는 ‘쥘베른’을 맡아 2스타로 승격시켰고, 2021년 진수한 ‘돈주앙’은 센강을 운항하는 레스토랑 선박 중 유일하게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이미 2000년 프회계상담
랑스 정부가 인증하는 조리 부문 최고 명장(MOF) 자리에 올랐고, 유럽에서 미쉐린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에서 ‘고&미요’로부터 ‘2005년 올해의 요리사’로 선정됐다.
조리 경력 정점에 선 앙통이 TV조선 주최 ‘2025 서울 푸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3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갈라 디너를 상한가매수
앞두고 만난 앙통은 일주일간 한국에서 얻은 영감과 식재료로 들떠 있었다. “전남 담양 ‘기순도전통장’에서 된장·간장·고추장과 함께 메주를 샀어요. 파리에 돌아가면 이 메주를 프랑스의 물과 소금으로 띄워볼 겁니다. 직접 담근 장으로 어떤 새 요리를 창작하게 될지 기대돼요!”
◇에펠탑을 미식 명소로
쥘베른(Le Jules V신성솔라에너지 주식
erne)은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탑에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모든 프랑스 요리사가 탐내는 식당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이 식당으로 초대해 만찬을 대접했다.
-프레카틀란(Le Pre Catelan)으로 이미 미쉐린 별 3을 받았음에도 쥘베른을 맡은 이유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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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명소를 넘어 미식 명소로 에펠탑을 더 유명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맡기 전까지 쥘베른을 총괄하던 알랭 뒤카스(69)와 벌인 설전(舌戰)이 화제가 됐는데.
“‘(뒤카스와 달리) 나는 레스토랑 수십 곳을 관리하느라 정신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한 거요? 뭐, 사실이니까요(웃음).제대혈관련주
”



쥘베른의 대표 메뉴 ‘캐비아 크렘뒤바리’. 컬리플라워 크림 수프에 캐비아를 정교하게 올렸다. /쥘베른


뒤카스는 ‘미식계 황제’ ‘셰프 중의 셰프’라 불린다. 파리·런던·뉴욕·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식당 34곳을 운영하며 전 세계 요리사 중 가장 많은 미쉐린 스타 21개를 보유했다. 뒤카스가 운영하던 식당 중 하나가 쥘베른이었다. 쥘베른은 뒤카스 지휘 아래 2스타까지 올라갔다.
2017년 에펠탑 운영사는 뒤카스와 계약을 종료하고 앙통에게 쥘베른을 맡겼다. 총주방장 교체를 발표하며 “대폭적인 품질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발끈한 뒤카스는 운영사를 고소하면서 ‘새로운 주방팀이 쥘베른을 맡기엔 역량이 부족하다’고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소장에 포함시켰다. 뒤카스는 결국 패소했다. 쥘베른은 뒤카스가 떠나고 별을 잃었지만, 앙통이 맡은 지 6개월 만에 1스타를 돌려받았고, 2년 뒤 2스타로 복귀했다.



에펠탑 2층 '쥘베른' 레스토랑 내부와 전망. /쥘베른


-식당을 몇 곳 운영하나요.
“넷이요. 모두 파리에 있죠. 프레카틀란·쥘베른·돈주앙(Don Juan II)은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이고, 올해 오픈한 ‘페름(Ferme) 뒤 프레카틀란’은 편하게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비스트로입니다.”
-뒤카스처럼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지는 않나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프랑스 밖에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단 비스트로의 경우 좋은 현지 파트너를 만난다면 가능할 것 같네요.”
-원래는 목수가 되고 싶었다면서요.
“어려서부터 뭐든 손으로 하는 걸 좋아했어요.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때 인문계와 실업계 중 진로를 결정해야 해요. 마침 집 근처에 호텔조리학교가 있었어요. 조리도 손으로 하는 거니까 괜찮겠다 싶었죠. 취업도 잘될 것 같았고.”
-조리 재능을 우연히 발견한 거네요.
“어머니 음식 솜씨가 좋긴 했지만 셰프는 꿈도 꾸지 않았죠.”
◇“파리서 한국 醬 담가 쓸 것”
앙통은 호텔조리학교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졸업 후 여러 유명 요리사의 식당에서 수련하다 프랑스를 대표하던 전설적 요리사 고(故) 조엘 로부숑의 오른팔이 됐다. 앙통은 24세에 3스타 레스토랑 ‘자맹(Le Jamin)’의 총괄 셰프로 임명되며 화제를 모았다. 자맹은 로부숑의 간판 레스토랑이었다. 그는 1997년 프레카틀란을 맡아 10년 만에 3스타로 끌어올렸다. 프레카틀란은 18년째 3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3스타는 받기도 힘들지만 수성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대단하다면서요.
“미쉐린 평가원이 언제 올지 몰라요. 매일 완벽한 음식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완벽한 요리가 가능한가요.
“완벽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요리사로서 완벽을 추구하지 않을 핑계는 없습니다.”



'프레카틀란'에서 나오는 프레데릭 앙통의 창작 요리. /프레카틀란


-요리의 핵심 재료가 세 가지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요?
“완벽한 요리 한 접시를 완성하는 데 많은 게 필요하진 않아요. 오히려 덜어내야 합니다. 손님이 먹었을 때 첫입에서 ‘맛있다’고 감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요리사, 장인, 기술자. 열정적인!”



'프레카틀란' 내부.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프레카틀란


-이번에 처음 방문한 한국에선 뭐가 가장 인상적인가요.
“장 담그기요. 콩(메주)에 죽염 녹인 물을 부어서 장을 담가봤어요. 아이가 된 것처럼 전혀 몰랐던 낯선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울 진관사에서 사찰 음식의 정수를 맛본 것도 기억에 남네요.”
-파리로 돌아가서 직접 장을 담글 거라고요.
“한국의 메주와 프랑스의 물·소금이 만나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그걸 어떻게 요리에 활용할지 흥분돼요.”
-한국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을 써서 만들어도 프랑스 요리라고 할 수 있나요?
“프랑스 요리는 세계 모든 요리와 식재료를 받아들이며 발전해 왔습니다. 제 대표 요리 중 캐비아(철갑상어알)를 곁들인 게살 요리가 있어요. 얼마 전 이 요리에 커리를 살짝 더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한국의 장을 만난 내 요리가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해 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