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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도자가 자기 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일은 1952년 정·부통령 선거 때도 있었다. 그해 8·5 대선을 앞둔 두 개의 자유당에서 그런 사태가 일어났다.
자유당은 한국전쟁(6·25전쟁) 중인 1951년 12월 23일 쌍둥이로 태어났다. 이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이승만 지지세력도 자유당이라는 당명으로 출범하고, 국민회·대한노동총연맹·대한농민총연맹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승만 지지세력도 같은 이름으로 탄생했다. 통합을 목적으로 같은 당명을 썼지만, 이때는 통합이 성사되지 않았다. 두 당은 편의상 원내자유당과 원외자유당으로 불렸다.
같은 어버이를 둔 쌍둥이는 1952년 제2대 대선을 앞두고 통합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결실은 없었주식투자보물창고
다. 그해 7월 22일 자 <조선일보> 1면 좌하단은 "원내자유당 삼우장파와 원외자유당 간의 합동 문제가 좌절"됐다고 전했다. 두 당이 통합된 것은 대선 이후인 9월 하순이다.
대선 전에 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한 두 당은 77세의 이승만을 자기들의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부통령 후보만 별도로 뽑았다. 삼우장파가 주도하는 원내자유당은 민족대표증권계좌수수료
33인 출신인 66세의 이갑성 국회의원을 후보로 내세우고, 원외자유당은 청산리전투 중대장 출신인 52세의 이범석 내무장관을 후보로 선출했다. 친일세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일부 각료나 공직 후보 자리에 독립운동가들을 배치하는 것은 이승만 친일정권의 특색이다.
자유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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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석 장군 제3대 부통령 선거에 자유당 후보로 출마한 이범석 장군은 이승만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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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미디어 공용
그런데 원내자유당은 이승만을 지지하면서도, 의회를 견제하는 이승만을 못마땅해 했다. 그런 원내자유당을 이승만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이승만은 원내보다 원외자유당에 기울었다. 그렇주식기초공부
다고 원외를 전폭 신뢰한 것도 아니다.
원외자유당은 이범석이 미군정의 지원을 받아 1946년에 결성했다가 1949년에 해산된 조선민족청년단(족청)의 조직을 이용해 창당됐다. <한국정치학회보> 1985년 제19집에 수록된 손봉숙 당시 이화여대 박사의 논문 '한국 자유당의 정당정치 연구'는 "(원외)자유당은 출범하자마자 전국적으로 지방 당부까지 조직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바로 족청의 기존 조직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뒤 "(이 당은) 족청의 이념과 강령에 따라 잘 훈련된 청년계 인사들로 충원"됐다고 기술한다. 이처럼 원외자유당에는 이범석의 흔적이 농후했다. 이승만은 남의 손때가 묻은 조직을 전폭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이승만은 두 자유당이 공천한 부통령 후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지도 않고, 그들의 선거운동을 돕지도 않았다. 이갑성과 이범석은 당 지도자의 버림을 받은 부통령 후보가 됐다.
이범석은 이승만의 대통령 재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극심한 여소야대에 놓인 이승만은 1948년 헌법(제헌헌법)이 규정한 국회 간선제하에서는 재선을 기약하기 힘들었다. 이는 1952년 5월에 비상계엄을 발포하고 국회를 협박해 직선제 개헌(발췌개헌)을 관철시켰기에 가능해졌다.
이범석은 비상계엄을 가장한 친위 쿠데타 하루 전에 내무장관이 됐다. 그런 뒤 자기 손에 피를 묻히며, 이승만을 위한 직선제의 꽃길을 깔았다. 독립운동가에 어울리지 않는 과오를 범한 그는 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 사흘 뒤인 그해 7월 22일 내무장관에서 퇴임했다.
독립운동가 이범석은 해방 뒤 극우 인사로 돌아서서 미군정과 이승만에게 충성을 다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이범석과 러닝메이트가 되는 것이 싫었다. 이승만은 이범석이 강력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점도 경계했다.
<한국정치학회보> 2023년 제57집 제3호에 실린 이선우 전북대 교수의 논문 '한국 대통령제의 탄생'은 "이승만은 제2대 대선을 치르면서부터 이범석을 견제하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고 한 뒤 "이승만의 강력한 2인자에 대한 일관된 반감의 맥락에서 그가 족청계를 등에 업은 이범석의 존재 역시 매우 부담스럽게 여겼음을 뜻한다"고 기술한다.
이승만은 이갑성과 이범석을 떨어트리는 정치공작에 착수했다. 이 공작은 무소속 부통령 후보인 전 심계원장(감사원장) 함태영을 지원하는 작업과 동시에 진행됐다. 대통령이 여당 후보들을 방해하고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이 어이없는 사태는 투표일 당일인 8월 5일 <경향신문> 1면 중간에 실린 원외자유당의 성명서에 나타난다.
성명에 따르면, 이 공작은 정·부통령 후보 등록이 마감된 뒤인 7월 28일에 본격 개시됐다. 장택상 국무총리와 김태선 내무장관 및 윤우경 치안국장(경찰청장)이 참석한 이날의 '긴급 전국 지사·경찰국장 회의'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총리·내무장관·치안국장은) 극비리에 이승만 현 대통령이 함태영 씨를 부통령으로 당선되기를 희망하였다고 언명하면서 함씨를 전 경찰 급(及) 행정기관을 동원하여 기필코 당선시키라는 엄중한 지령을 내렸다."
임시수도 부산에서 함태영 지원 명령을 받은 도지사들과 지방경찰국장들은 임지로 돌아가 군수들과 경찰서장들에게 지령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두 자유당 후보의 선전물을 벽에 부착하거나 유권자에게 배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 작업에 공권력이 동원됐다. 함태영을 제외한 나머지 부통령후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전벽보가 이미 부착된 상당수 지역에서는 그것을 뜯어내는 일에 공권력이 동원됐다.
자기 당에 이익을 주는 선거부정이 아니라 무소속을 이롭게 하는 이상한 선거부정이었다. 이에 힘입어 무소속 함태영은 41.3%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자유당 이범석은 25.5%, 민주국민당 조병옥은 8.1%, 또 다른 자유당의 이갑성은 7.0%였다. 나머지 18.1%는 여타 후보들이 나눠 가졌다. 러닝메이트의 조직적 방해를 감안하면 이범석의 25.8%는 대단한 기록이다.
전쟁 중 비상계엄 선포, 막강한 권력 갖게 된 이승만
▲ ?1952년 8월 8일 자 <동아일보>. 이승만 대통령, 함태영 부통령 당선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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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절차에 따라 선출된 자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무소속을 지지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태다. 이런 비상식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절대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만이 그런 권력을 갖게 되리라는 것은 그로부터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해 1월 18일, 국회는 이승만이 제출한 개헌안을 143 대 19로 부결시켰다. 이 개헌은 당시 국회의원들이 싫어하는 대통령 직선제와 국회 양원제를 담고 있었다.
이승만은 국회를 약화시키고자 대통령 직선제를 제안했고, 국회를 둘로 갈라놓고자 양원제를 제안했다. 국회는 이승만의 의도를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런 구도에서는 이승만이 정국을 쥐락펴락하기 힘들었다.
그랬던 이승만이 그해 7월 하순부터 두 아군에 '총질'을 해대며 에너지를 분산시키더니 대통령선거에서 여유 있게 승리했다. 이승만 74.61%, 무소속 조봉암 11.35%, 무소속 이시영 10.39% 등의 순서였다.
이승만이 갑자기 막강해진 결정적 계기는 그해 5월 25일의 비상계엄 선포다. 그는 임시수도 부산에서 극우세력과 경찰은 물론이고 군대까지 동원해 국회를 위협하고 정치권을 억눌렀다(부산정치파동). 5월 26일에는 임시 국회의사당(경남도청)에 등원하던 야당 의원들을 헌병대가 강제 연행했고,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군경과 극우단체들이 국회를 포위한 가운데 기립투표 방식으로 개헌안이 통과됐다.
국회까지 공격한 데서도 나타나듯이 그해 5월의 사태는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이었다. 전쟁의 혼란에 처한 한국인들은 내란을 막아내지 못했고, 이 틈을 타서 이승만은 그 직후의 정·부통령선거에서 장난질을 했다.
당시 국민들이 이승만의 내란을 막고 그를 퇴진시켰다면, 그는 임기 4년도 못 채우고 감옥에 들어간 단명한 대통령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두 자유당이 몰락해 정·부통령 후보를 내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설령 냈다 해도 부통령 후보들이 당의 버림을 받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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